방언 속 담긴 해학과 진솔함/울고 웃던 그리운 그 때

육근상 시인

육근상 시인이 태어나 젊은 시절을 보내고 지금까지도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일까. ‘우술 필담(雨述 筆談, 도서출판 솔)’을 음미하다 보면 정겹고 고즈넉한 충청도 방언 속에서 해학과 인간 삶의 서정이 느껴진다. 특히 잔개울, 찬샘낵이, 부수골 등 생소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순수해 보이기까지 하는 대전 곳곳의 옛 지명들과 마을 이름은 그 시절 사람들의 따뜻함과 슬픔에 더 친숙히 다가서게 만든다. 여기에 그는 자신만의 시의 근원을 흡수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울고 웃던 마을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 직접 생생하게 본 것들을 특유의 개인 문체로 풀어낸 거다. 구석쟁이, 깨금, 끄대 등 구수하고 생동감 있는 필담으로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육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우술 필담(雨述 筆談)’에서 우술 지역은 금강 물줄기를 따라 전라도, 충청도, 호서, 영서로 이어지는 곳이다. 우리 근·현대사의 여러 사연을 담고 있는 곳인 우술에서 그는 토착민으로서 정서와 물정을 가슴 속 깊은 곳부터 우러나는 정겨움, 그리움과 함께 터전에 녹여냈다. 특히 굽이쳐 흐르는 맑은 금강이 내어준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울고 웃던 기억들을 토착적인 시어로 담아냈다. 또 그가 지닌 서정적인 필담으로 우술에서 살펴봤던 흔적들을 쫓으며 다양한 구어체 충청도 언어가 지닌 해학으로 사물과 인간의 서정을 하나로 융합시켰다. 때론 서정과 서사가 절묘한 만남을 이루기도 했다. 시어를 단순히 토속성 높이는 도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어를 말하는 이들도 누군지 알아야 해서다. 시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순리를 어기지 않는 천성이 순박한 사람들이다. 육 시인은 이러한 사람들의 진솔함과 간절함을 오랜 시간 기억 저편에 간직하고 있던 흔적들과 함께 되새김질해 ‘사람 사는 곳’을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시집은 56편의 시를 담고 있다. 대전에서 태어난 육 시인은 지난 1991년 ‘삶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그의 시집 ‘만가’는 지난해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지현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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