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은 오는 12일부터 12월 26일까지 이응노 도불 60주년을 맞아 1950~60년대 도불해 파리에서 활동한 화가 10인 이응노, 박인경, 김흥수, 남관, 김환기, 권옥연, 방혜자, 이성자, 한묵, 김창열의 작품을 살펴보고 도불의 의미와 시대정신,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를 이응노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전시를 연다.

이응노 포함 1950~60년대에 파리로 진출한 한국의 화가들은 그동안 일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접해오던 서양 모더니즘 미술운동의 흐름을 현지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고 그 동향을 직접 한국에 소개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 유학을 통해 서양화를 접했던 이응노, 김흥수, 남관, 권옥연, 김환기, 한묵 등은 일본식 서양화풍을 떨치고 프랑스 작가들과 대면하면서 최신의 미술양식을 흡수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당시 ‘도불’이라는 행위가 가졌던 가장 큰 의의라면 서양미술계와의 직접적 접촉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을 통해 입체주의, 앵포르멜, 초현실주의 등 서양 모더니즘 사조가 국내 화단에 부지런히 소개됐고, 이는 1950~60년대를 거쳐 앵포르멜 운동 등 한국추상미술 발전의 마중물이 됐다. 특히 김창열의 경우 한국 앵포르멜 운동의 산 증인으로서 이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가 중 한명이다.

이 전시는 이들이 얻은 결실이 1970~80년대를 거쳐 한국현대미술의 주류가 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 중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현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응노와, 현재에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박인경의 경우는 단연코 눈에 띄는 예술 활동 사례이다. 또한 초기 서구 모더니즘 미술 수용에 큰 역할을 했던 김환기, 남관, 김흥수, 권옥연, 한묵, 김창열의 예술은 이제 한국 추상미술과 동의어가 된 지 오래다. 이성자, 방혜자는 당시 남성 기성화가들이 주를 이루던 도불 행렬에 동참한 여류화가들로 프랑스 화단에서 성장하고 성공한 동시에 한국미술의 새 영역을 개척한 화가들이다. 이번 전시는 이들의 업적을 재조명하며 2018년에 60주년을 맞은 ‘이응노 도불’이 갖는 시대정신과 미술사적 의의 역시 찾아보고자 한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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