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대전대화초 교사

“선생님, 이제 몸 괜찮으세요?” 교실 문이 열린 것을 보고 이브라힘이 들어와 수줍게 인사를 한다.

“응, 이브라힘.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이브라힘의 인사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저 녀석이 이제 저런 인사도 할 줄 아네.’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나는 갑작스럽게 몸이 아파 한 달 여 간의 병가를 냈다. 그렇게 우리는 거의 두 달 만에 만났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늘 시한폭탄 같았던 이브라힘이 어느 순간 많이 부드러워졌다.

체험학습을 다닐 때마다 보란 듯이 제멋대로 행동하던 이브라힘이 올해 1학기 체험학습을 갔을 때는 모범생이 따로 없었다. 항상 맨 뒤에서 줄을 이탈하던 이브라힘이 이제는 맨 앞에 서서 동생들을 인솔했다. 한국 나이로는 열세 살,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이브라힘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 오늘 체험학습에서 누가 제일 잘했어요?” 나는 웃음을 참아가며 일부러 큰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이브라힘이지, 이브라힘이 오늘 제일 잘했어. 선생님은 이브라힘이 이렇게 잘해줘 무척 기분이 좋아.” 그랬더니 이브라힘이 배시시 웃었다.

아이들이 말썽을 부릴 때면 남은 육아휴직을 써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1년이 지나고 또 한 학기를 함께 보내면서 문득 내가 학교를 떠나면 아이들이 무척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브라힘의 변화가 참으로 놀랍고 다행스럽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이 아이를 변하게 했을까 궁금해 이브라힘에게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였다.

이브라힘은 분명하게 대답해주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이브라힘도 나처럼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게 아닐까. 지난해 동안만 특별학급을 맡았더라면 미운 정만 들고 말았을텐데, 올 해 한 번 더 만나면서 고운 정도 들었다. 이제 나와 이브라힘은 서로 간에 적당한 거리를 찾았다.

점심을 먹는데, 스포츠 강사님께서 오셔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이브라힘이 선생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만날 아침에 오면 도담실에 먼저 가서 문 열렸나 확인하고 저한테도 선생님 언제 오시는지 물었어요.”

강사님의 말씀을 듣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이브라힘이 나를 보고 싶어 했다니. 맞다. 우리는 확실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결석을 밥 먹듯이 하던 이브라힘이 올해는 빠지는 일이 없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소리 질러도 말을 안 듣던 이브라힘이 이제는 “이제 종 쳤으니 교실로 가야지”라고 하면 교실로 간다.

한 해의 만남으로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짧은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고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 도담실 아이들과의 만남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다. 내년이면 학교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남은 기간 동안 서로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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