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한기 엄습 속 지원에서 소외된 쪽방촌 주민들

때이른 한기가 엄습하며 벌써부터 대전 쪽방촌의 겨울나기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빈곤층, 특히 열악한 쪽방촌 사람들의 겨울나기에 있어 그나마 지자체와 지역단체의 지원에서도 소외되는 ‘빈익빈(貧益貧)’ 난방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벧엘의집 쪽방상담소(이하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전 지역의의 쪽방은 정동 일대에 밀집돼 있으며 정동 주변으로 인동, 원동, 소제동과 대덕 지역에도 일부 쪽방이 존재하고 있다. 쪽방상담소에 등록된 쪽방거주자는 현재 648명. 이들의 겨울나기는 매년 찾아오는 큰 숙제다. 쪽방거주자 상당수가 비좁은 방 한 칸에 의지해 긴 겨울을 견뎌야 한다. 추위 속에 찾아오는 불청객 같은 웃풍은 이들의 삶의 터전을 시리게 만든다.

쪽방거주인의 삶이 추위에 무너지지 않도록 지자체와 사회의 따뜻한 손길은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쪽방거주자 중 약 80%에 달하는 수급자들에게 8만 4000원 상당의 연탄과 유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의 쪽방관련 단체들은 20%의 비수급자들을 중심으로 연탄과 유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원 속에서도 쪽방 난방 사각지대가 엿보인다. 현재 지역 쪽방 단체들의 지원이 정동 쪽방밀집지역에 중복돼 이른바 외곽의 쪽방 거주인들은 지원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걱정어린 시선이다. 원용철 벧엘의집 목사는 “과거 한 쪽방거주인은 겨울을 나고도 남을 연탄이 남아 있는데 또 다른 거주인은 아예 지원을 못 받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 같은 이유로) 쪽방상담소는 지자체와 지역 단체 지원에서도 소외되는 쪽방거주인들을 조사해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며 “등록된 쪽방거주인은 거의 파악이 되고 지원도 이뤄진다. 다만 등록되지 않고 대덕 등에 거주하는 쪽방거주인은 난방사각지대의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와 지역단체의 지원에 있어서도 연탄사용자와 유류, 전기 사용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가격의 지원이라도 연탄은 비교적 많은 날 난방에 사용할 수 있는데 반해 유류는 그 양이 적기 때문이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8만 4000원 상당의 연료바우처를 통해 보면 연탄은 하루에 소비되는 연탄을 20장으로 잡아도 200장이면 10일 이상을 뗄 수 있지만 기름 같은 경우는 난방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라고 지적했다.

또 전기장판 등으로 겨울을 나는 쪽방 거주인 같은 경우는 여러 이유에서 에너지바우처 등 지원을 실제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 에너지바우처를 사용하려면 전기·가스 고지서를 제출하거나 한국전력공사나 가스공사에 전화해 ‘환급방식’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 목사는 “쪽방거주인은 월세에 붙여서 내기 때문에 (전기장판 등을) 못 쓰게 되거나 주인 눈치가 보여 안 쓰는 경우도 있다”며 “전기료 부담이야 여름 전기료를 사용할 때보다는 훨씬 덜하겠지만 눈치를 받는 등의 이유로 에너지바우처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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