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사치로 받아들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여행은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50년 간 세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경제 성장을 이뤄 주목받았던 대한민국은 앞만 보고 무섭게 달려왔다. 아파도 일했고, 힘들어도 일했다.

가진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 말고는 다른 나라를 앞지를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온 국민을 짓눌렀다. 그래서 너나없이 일중독에 빠져들었다. 일하지 않는 것을 죄악시 여김은 물론 여행을 다니는 일은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라고 지탄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5000년 동안 지속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그러면서 생산과 더불어 소비도 중요한 삶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의식이 일반화 됐지만 아직도 과거 성장 우선정책의 의식 틀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에 발생하는 가장 첨예한 의식의 차이 중 하나가 이러한 소비의식이다. 생산적인 일에만 가치를 두고 소비를 죄악시 여기는 일부 기성세대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소비활동이 늘어가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을 향해 놀기만 한다고 나무란다. 여행을 비롯한 건전한 소비활동은 새로운 생산을 위한 충전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해도 좀처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이 일을 손에서 놓으면 불안해하는 일중독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기성세대의 상당 수는 일을 삶의 이유로 생각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 삶을 즐기기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쇼핑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여가생활을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최근의 유행어가 바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다. 일 못지않게 즐기는 삶도 중요해 양자의 균형 속에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워라밸은 거의 모든 젊은이들의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삶 속에서 자신을 찾고, 가족을 찾겠다는 것이다.

워라밸을 실천하는 다양한 방식 중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여행과 더불어 취미생활이다. 특히 여행은 이제 거의 모든 국민의 삶 속에 침투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이제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이 보편화 됐다.

이달 2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2018 가을여행주간’이다. 아주 좋은 계절에 훌훌 떠나라고 정부가 나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 좋은 계절을 맞으려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자연은 길을 나선 자들의 것이라 했다. 자연의 주인이 될 가을여행 주간, 꼭 떠나시라.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