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막고자 서울 가장 먼저 도입/주택 보급 정책과 상충돼 완화 추세

정부가 꺼낸 이런 저런 부동산정책 카드 중 집값 잡을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주택공급이다. 그러나 복병이 있다. 주택공급이라는 국가 정책에 상충하는 용도용적제가 그것이다. 용도용적제는 용도지역의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용도의 혼합률에 따라 용적률을 차등하는 제도다. 상업지역 등의 상주인구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기반시설 계획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주거환경 악화를 막고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고자 도입됐다. 최초 도입 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련 조례를 마련하는 등 앞다퉈 도입했지만 이제 완화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용도용적제를 도입한 대전에서도 그렇다. 변화의 기로에 선 용도용적제를 톺아보고 왜 이 시점에 완화가 필요한지 점검해 본다. 편집자

용도용적제는 지난 2000년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를 통해 처음으로 등장했다.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 지역에 주거시설인 주상복합이 들어서더라도 과다한 주거기능 유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주거비율이 높을수록 용적률을 낮추고 반드시 일정 비율의 상가를 설계해 커뮤니티시설 부족, 기반시설이나 인근 상가기능 약화 등을 막고자 했다. 일각에선 반대가 있었지만 우후죽순 생기는 주거시설과 상가 등으로 인한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가 당시는 대세였다. 서울시가 용도용적제를 내놓자 인천시와 대구시, 광주시 등이 관련 조례를 마련했다. 대전시도 용도용적제 도입에 대한 여론을 듣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열고 타당성 검토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시가 마련한 용적률 차등 단계는 총 9단계였다. 중심상업지역에 주택 연면적이 80~90%인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경우 600% 이하, 주택연면적 10% 미만일 땐 1300% 이하 등을 통해 용적률을 제한한 게 골자다.
9·13부동산대책 이후 약 일주일 뒤인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는 주택 보급을 더욱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신규택지의 개발과 함께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이와 관련해 도시 규제를 정비, 혹은 완화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가장 먼저 언급한 게 용도용적제였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서울시와 함께 용도용적제를 완화해 상업지역 내 신규주택 공급을 늘려가고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택을 추가로 보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용도용적제가 상충하기에 나온 발언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주택 공급 강화 기조를 줄곧 유지했다. 주택 공급에서 가장 필요한 건 주택용 택지 확보인데 분양가 등이 비싸질 가능성이 높아 공공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업용지를 이용해 용도용적제를 완화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다. 즉, 용도용적제가 완화돼야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용지를 확보할 수 있고 주거비율도 높여 주택사업의 시장성이 개선돼 주택을 최대한 보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용도용적제를 가장 먼저 도입해 추진한 서울시가 가장 먼저 용도용적제 완화에 나서게 된 이유다.
과거 서울시가 용도용적제를 첫 추진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것처럼 이번에도 빠르게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대전에서도 상업시설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용도용적제가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또 건설사 입장에선 계륵 같은 존재가 되는 게 현실이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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