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분노 넘어 냉소적 반응 넘쳐

  조현민 갑질 무혐의에 네티즌들 "이게 대한민국이지"

지난 2일 오전 조현민 전 전무가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는 모습.

 

  국민적 공분을 부른 '물벼락 갑질'의 주인공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재벌공화국' 대한민국의 씁쓸한 자화상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갑질 행위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대한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재벌가에 대해 또 다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인터넷에서는 허탈감을 넘어 냉소적 반응이 넘쳐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조 전 전무에 대해 특수폭행·업무방해 혐의는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조 전 전무는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업체 A사 팀장 B 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서 뿌린 혐의로 기소됐다.
  올 4월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폭행 혐의로 조 전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하는 강수를 뒀지만, 검찰에서 영장이 반려되는 등 증거 확보와 법리 증명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업무방해 역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조 전 전무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물컵을 사람이 없는 쪽에 던졌으니 폭행이 아니라거나 업무의 총괄 책임자므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해석은 그렇다치고, 그처럼 피의자 친화적 판단이 유독 권력자와 재벌과 관련된 사건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또 한 번의 실증사례를 이번 사건을 통해 경험하게 됐다.
  당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렬한 분노보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넘쳐났다. 애초에 일벌백계 처벌을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15일 검찰의 무혐의 발표 이후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그러한 분위기가 뚜렷이 감지됐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헬조선이 헬조선했네", "이게 대한민국이지", "돈 있고 권력있는 범좌자들의 천국, 여기는 헬조선입니다", "사법부가 또", "불구속에 무혐의. 돈 있고 빽 있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이 나라는 사법부가 문제죠. 그런데 알면서도 못 고쳐요. 그래서 복장이 터지죠", "이 괴물들만 문제겠는가. 괴물을 키운 악마들이 더 문제지", "이럴 거면 차라리 가해자 신분에 따라 처벌을 달리한다는 법을 만듭시다. 그러면 법이나마 잘 지켜지겠지",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상류층 만명한테만 평등하다는 말이 진리죠",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이리런 결과를 맞게 되니 씁쓸하네요", "내가 조현민한테 물컵 던지면 무혐의 안 나오겠지?" 등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은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갑질·비리 의혹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날 대한항공이 기내면세품 구입을 하면서 중개업체를 끼워 넣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 등으로 부친 조양호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모친 이명희 씨는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상태다.

  그들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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