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리더는 혼자 일하는 게 아니다. 팀 리더십(Team Leadership)이어야 한다. 공동체나 기관 운영은 협력으로 선을 이뤄야 한다. 삼국시대 고구려나 백제가 더 강한나라였음에도 신라가 통일을 이룬 건 충(忠)과 신(信)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忠’으로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고 ‘信’으로 횡적인 유대를 공고히 해 국민을 총화단결시킨 결과다.

반면 백제는 오만으로, 고구려는 교만으로 망한 나라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남방지역에 소재한 초(楚)나라는 국토의 둘레가 수 천리(里)요, 군사와 장비가 넉넉해 스스로 왕(王)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대국이었다. 그런데 초 장왕은 즉위 후 3년 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임금으로서 국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루종일 술과 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더 한심한 일은 전국에 공고문을 써붙여 “임금에게 말하는 자는 모두 처형하라”고 명했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부턴 대궐 안에서 술 마시고 춤추며 놀아나는 분위기가 더 심해졌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옳지 않음을 지적하는 신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참다못한 ‘오거’라는 충신이 죽음을 각오하고 임금 앞에 나섰다.

임금을 찾았을 때 그는 왼쪽에는 남방미인을, 오른쪽에는 북방미인을 껴안고 술에 취해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오거는 용기를 내 임금에게 “참 당돌합니다만 대왕께서 수수께끼를 하나 맞춰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장왕이 허락하자 오거가 말하길 “산꼭대기에 새 한 마리가 있는데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 새가 무엇입니까?” 장왕은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한참 있다가 하는 말이 “그래 3년을 울지 않았으니 한 번 울면 곧 사람들이 놀라서 죽겠구만. 또 3년을 날지 않았으니 한 번 날면 가히 하늘로 솟아오르겠군”이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나는 안다. 네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를, 가라! 건방진 놈!” 이런 일이 있은 후에도 장왕은 조금도 반성하는 기색이 없이 술과 춤자리를 계속했다. 이번엔 다른 대신 소종이 임금 앞에 나타나 무엇인가 말하려 하자 장왕은 “그래. 너는 간(諫)하면 참(斬)한다는 포고문도 못 봤단 말이냐?”라고 물었다. 소종이 답하길 “아들로 태어나 죽음이 겁나서 아버지께 할 말을 못하면 불효자이고 신하로서 죽음이 무서워 임금님께 간하지 못하면 불충입니다. 오늘 소인이 죽음을 무릅쓰고 아뢰옵나니 이로써 폐하께서 마음을 돌리실 수만 있다면 소인은 죽음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간청했다.

오거에 이어 대신 소종과 이런 일이 있은 후 장왕은 대궐 안의 모든 연회를 중단하고 조정의 일을 돌보는 데에 전념하게 됐다. 반대로 술 먹고 방탕한 자를 엄히 처벌하도록 명을 내렸다. 나라의 큰일은 오거와 소종 두 사람에게 위임해 처리하게 했다. 이로써 초(楚)는 단기간에 국력을 회복, 남방의 패주로 군림하게 됐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내용이다. 장왕은 3년간 술만 먹고 여자만 끼고 놀았던 것이 아니다. 허송세월을 하는 척하며 초나라를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 긴 시간을 살폈던 것이다. 그의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과 인재발굴을 위한 기다림, 그리고 나라사랑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초보자인지, 숙련자인지, 방금 운전면허를 딴 자인지 알 수 없으나 눈이나 비가 와 빙판이 되면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내가 잘 나갈 때, 좋은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돈이 남아돌 때는 주위에 사람이 모여든다. 진짜 친구도, 아부꾼도 섞여서 모여든다. 그러나 내가 빈털터리가 돼 별 볼일 없게 되고 실패하거나 퇴직한 뒤엔 진짜 친구만 남는다. 함께 술 먹고 밥 먹는 친구는 1000명이 넘어도 급한 일이나 어려운 일을 만나면 진정한 친구 몇 명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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