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신뢰를 얻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에게 신뢰가 쌓이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뢰를 쌓았다 하더라도 어떤 사안이 발생할 경우 속절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결국 신뢰는 서로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형성되고 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기업을 이끌어나감에 있어 ‘신뢰’라는 무기를 장착한 이가 있다. 이종승(44) 지아이오토메이션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뛰어난 기술력과 날로 쌓여가는 신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새로운 재미를 찾다.
이 대표는 본래 경제학도였다. 대학시절 복수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배우면서 그의 인생 궤도가 달라졌다. 첫 직장도 컴퓨터공학과 관련된 일이었으며 지금의 업 또한 이와 연결돼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컴퓨터공학를 배우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요. 당연하게도 이쪽분야를 파고들게 됐습니다. 취업도 관련 업종으로 했고 일하는 동안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이 대표는 첫 직장을 나와 유학길에 오른다. 배움에 대한 갈구였으며 그 곳에서 국제 시스템 엔지니어 자격증 등 국제자격증을 취득했다. 유학에서 돌아온 후 그는 또 다른 기업에 취직을 했고 그 곳에서 지금의 일을 찾아낼 수 있었다.

“데이터 복구로 유명한 회사였습니다. 물론 데이터 복구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곳이었죠. 그곳에서 공장자동화에 대한 영업 일을 했고 많은 공장들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장 설비는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이고 수리조차도 우리나라에서 하기 힘든 실정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공장 설비는 매우 고가다. 그렇다보니 한 번 투자가 이뤄지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중간에 고장이 한 번씩 난다면 그 시간은 더 길어지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 그는 설비 수리 기술과 함께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공장 설비라는 게 정말 엄청 큰 구조물입니다. 어떤 공장은 500m가 넘는 것도 있죠. 만약 생산라인 중 한 곳이 멈춘다면 그 전체가 올스톱입니다. 해외에서 수리엔지니어가 오는 사나흘의 시간을 버리게 되는 거죠. 수리비용도 매우 비쌉니다.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요.”
이 대표는 업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다.
“공장에서 생산라인이 멈추면 그 부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들 입장에선 언제든 요청하면 득달같이 와줄 수 있는 사람이 최고였겠죠. 그렇게 조금씩 신뢰를 쌓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 잠을 잊고 살다.
세상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렇다보니 보통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을 내리곤 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 입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선뜻 일을 주기 어렵습니다. 혹시 모를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소규모 업체는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새로 창업을 하고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이것이었죠. 일을 수주하는 어려움 말입니다.”
이 대표가 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대안이 ‘신뢰쌓기’다. 고객들로부터 요청이 왔을 때 가장 빨리, 그리고 언제든 그 일을 처리해왔다는 거다.
“사업 초반 야간에 참 일을 많이 했습니다. 고객들로부터의 요청이 오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그것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죠. 당연히 밤에도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낮에 쉴 수 있는 건 또 아니었습니다. 고객의 신뢰를 쌓아간다는 면에선 참 긍정적이었으나 신체적, 정신적 피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건 큰 장점이 됐고 그렇게 인지도는 키워나갈 수 있었다고 말하는 이 대표. 일은 점점 늘어나는 데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다보니 그도 다른 방안을 찾아야 했다.
“회사를 경영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일은 분명 늘어나는데 매출은 늘지 않고 몸은 너무 힘든 상태였죠.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죠. 경영전략, 경영지원 등과 관련된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이게 신의 한 수였어요.”

#.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 초기 3명에 불과하던 직원은 현재 13명으로 늘었고 얼마 후면 사옥도 마련해 이전할 계획이 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 대표 역시 인력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말 힘들다’라고 일축할 정도다.
“직원 수급하는 게 가장 힘든 일입니다. 인력은 늘 필요하지만 항상 부족합니다. 전공자라 할지라도 현장에 와서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더욱 힘듭니다. 그래서 시스템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당초 목표 인원의 1.5배를 뽑는다. 기본적인 수리에 대한 매뉴얼을 암기하도록 하고 매주 리포트를 작성하게 한다. 리포트를 패스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또 매달 별도의 평가를 통해 급여수준 또한 조절한다.
“기술력을 기본으로 하는 직업 특성상 실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계속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본인의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도태하기 때문이죠.”
이 대표가 바라본 엔지니어의 주기는 5년 정도다.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라면 그 시기에 창업을 꿈꾸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비슷하게 걸을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더욱이 최근의 기업경기는 과거보다 더 좋지 않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기업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건 단순히 좋지 않은 수준이 아닙니다. 평소라면 쉼 없이 돌아가야 할 생산라인이 멈춰있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그게 특정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대표는 ‘소통’을 강조한다. 대표와 직원이라는 상하관계보다 함께 가야하는 공동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거다.
“회사 일을 혼자 결정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 이야기하다보면 보다 좋은 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두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나가는 이 대표. 때가 되면 일선에서 물러나 그동안 미안했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소박하게 말하는 그는 오늘도 도전 중이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지아이오토메이션㈜(www.giauto.co.kr)은.
공정제어설비 업그레이드, 전자장비 수리, 기술 지원·판매 등 각 분야별로 다양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드라이브 모터제어기술, 전자엔지니어링 기술로 많은 대기업 제조공정에 국산 기술력을 심어주고 있으며, 전자·제지·음료·제과·물류·조선 등 약 200개 업체의 생산공정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작업 및 주문형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산공정이 IT 기술과 융합되면서 제어기, 센서, 구동기, 유공압 기기 등의 종합적 시스템으로 통합관리하는 ‘원클릭 토탈 솔루션’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며, 기업 부설연구소를 중심으로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기업들의 니즈(Needs)를 파악, 보다 쉽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상품화 개발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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