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천하대세란 원천수가 솟아나 강물이 되어 바다로 가는 것 같나니...

‘하늘에서 비가 내려 하천이 생기나니
그것은 도랑물이 흐르며 모아져서 나타난 이치로다.
천산에서 시원한 샘물이 황허와 양쯔강과 같은 대하를 이루었으니
거기서 온갖 생명이 살고 태산준령 같은 인걸도 나타나는 법이구나!
역사는 인간이 살다간 모습의 한 폭 그림과도 같은 것.
그 유채화 속에는 대륙에 폭풍우를 쏟아놓고 간 사람들이 많나니
우리는 그들을 영웅호걸이라 이름 지어 부르고 있다네.
영웅은 영웅을 낳고 그 핏줄이 새 역사를 이끌어 왔나니
위진남북조 시대에 회자된 영웅들과 그 후손들이라네.
그들은 대륙을 맷돌의 어처구니를 잡아 휘 돌리듯 했나니
결국 인간사란 왕대밭에서 왕대가 다시 돋아나는 숙명이로다.’

‘역사는 잠시도 쉼 없이 흘러간다. 그 속에 인걸들의 부침이 그치지 않는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그 오고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범부의 눈으로 바라보면 태산준령과도 같은 영웅호걸들도 역사의 척도(尺度)로 재단(裁斷)해 보면 고작 70년을 채우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는 부나비나 도랑물과도 같은 존재인데 그들은 과연 이 땅을 떠나 어디서 무엇이 되어 오늘도 흘러가고 있으려나?

중생(重生)이란 것이 과연 있단 말일까? 인도환생이라는 윤회의 역정이 있었을까? 아니라면 인간은 후손을 통하여 중생을 하는 것이며, 인도환생도 하는 것이며 그들의 염원이 후손에 의하여 결과와 결실을 맺는 것이란 말인가! ? ? ? ? ? ? ? ? ? ? ? ? ? ? ? ? ? ? ? ?
아아! 고작 70년 세월을 다 채우지 못하고 흘러가는 인생아! 저기 저 흘러가는 구름을 붙잡고 너의 가는 길을 물어보자. 그러하구나. 구름은 결국 비가 되어 제 할 일을 다 하고 일생을 마치게 되는 구나! 천지만유의 이치가 다 그와 같아서 인생도 돌고 돌아가는 천지만유의 법칙 속에서 자신의 비원(悲願)을 풀어가는 모양이구나! 필자는 대륙풍운을 통하여 이와 같은 인생의 숙명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제갈공명이 선주의 고명을 받은 후 중원을 도모코자 제일 먼저 시작한 사업은 남만을 왕화(王化)시키는 일이었다. 그러나 남만정벌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후풍토와는 달리 남만 사람들은 친화력이 매우 강하고 끈기도 있는 민족이었다. 그들은 종족을 중심으로 하여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으며 단결력도 대단히 강하고 끈기도 있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예사 오랑캐와 달리 그들은 나름대로 민족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역사와 전통을 가꾸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외세에 대하여 배타적이며 적극적인 방어력을 보였다. 그 방어의 중심에는 남만왕 맹획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반면에 제갈공명도 여간내기가 아니어서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하니 둘 사이에는 싸우지 않으면 아니 되는 비운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싸움의 결과는 처절했다. 맹획은 공명의 낭중지추(囊中之錐)나 다름이 없었다. 하여서 싸우면 잡히고 잡히면 풀어주고 추한 싸움이 반복되었다. 그런 반복된 싸움에서 공명은 맹획을 일곱 번씩이나 잡는 역사적인 대사건을 만들어 내었다. 그것은 저 유명한 칠종칠금(七縱七擒)이라는 사건이었다. 이제 그 역사적인 마지막 전쟁터를 찾아 가보자. 그 전쟁터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느끼고 배울 바가 ?적지 않을 테니까. 맹획을 위하여 이 전쟁을 이끌어 준 장수는 올돌골로써 전황은 이러했다. 맹획과 공명이 대치한지도 어느덧 보름이 후딱 지나갔으니 1년의 24분의 1인 1후가 지나간 셈이다. 올돌골은 그 동안 적정을 분석해 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하나의 이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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