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여자는 그의 목과 옷을 잡아채고서는 구덩이에서 남자를 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8. 남자는 여자의 가슴팍을 쳤다. 여기서 여자는 천을 그의 목에다 감고선 그의 목을 조르려 한다.
7. 여자가 남자를 내리치려고 하는 동안 여자는 남자를 가까이로 끌어당긴다. 그 결과로 그는 여자의 다리를 잡고선 그녀를 던져 넘어 뜨린다.
6. 남자가 여자로부터 빠져 나와서 그녀를 구덩이로 넣고 있다. 잡아당겨서 빠져 나온다.
5. 여자가 남자의 등을 잡고 그의 목을 조르고선 구덩이에서 끄집어내고자 한다.
4. 여자는 남자로부터 빠져 나오고선 그의 목을 조르려 한다.
3. 남자는 여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왔다. 땅에 쓰러뜨렸다. 남자는 여자의 목을 조르려고 한다.
2. 그녀는 남자에게 타격을 가했다. 그러자 남자는 이 타격을 냅다 치고는 낚아챘다. 그는 여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여서 압박하려 든다.
1. 두 사람은 싸움 준비를 하였고, 여자가 남자를 치려고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자는 천으로 입힌 돌을 들고 있다. 이 돌의 무게는 4~5파운드 정도의 무게다. 구덩이에 있는 남자가 들고 있는 봉은 여자가 돌을 달고 있는 막대기 길이와 비슷하다.

중세의 결투 장면을 담은 그림을 소개하려 한다. 이 그림들은 독일의 유명한 검투 마이스터이자, 검투 저작물들을 기록한 한스 탈호퍼(Hand Talhoffer: 약 1420~1490)가 남긴 그림들이다. 그는 남자와 여자의 결투 장면그림들 270점을 남겼는데 그 중의 9점을 아래에 소개한다. 먼저 중세의 결투는 개인적인 싸움이 아니었고 법적인 효력을 가진 싸움이었다. 이런 싸움에는 ‘늘 신이 함께 개입한다’고 철저하게 믿었기 때문에 ‘신의 재판’이라고도 칭한다.

그렇다 보니 결투 끝에 한 쪽이 심하게 다쳐도 또는 죽게 되어도, 다 신이 내린 승부이기에 재판관의 심판처럼 그대로 인정되었다. 이 결투는 여러 게르만 종족들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 그 유래다. 이 법정 결투는 특히 4~6세기 유럽민족 대이동 때 전 유럽에서 대성행이었다. 처음에는 주로 남자와 남자 간에, 기사와 농민들의 결투였지만 점차적으로 귀족들에게, 마지막에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이런 결투가 생겼다. 여기서 부부싸움이냐 아니냐인데, 부부끼리는 이런 격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갈등과 반목을 가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이 갈등해결이 법정에서 불가능했을 경우엔, 결국 이런 ‘신의 재판’인 결투를 택했다. 1276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시민법과 1447년 뷔르츠부르크의 결투법정의 자료에 자세히 나와 있는 몇 가지의 규정을 보면, 이들은 가죽과 린넨 옷들을 걸칠 수 있고, 손은 얇은 장갑으로 보호해야만 했고, 결투를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은 혹시나 모를 나쁜 기운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종교적인 의미로 이들에게 요하니스 와인을 마시게 했다.

남자들끼리의 결투와는 달리, 이 그림들은 남자와 여자의 싸움이다 보니 힘의 균형도 참조했다. 남자는 엉덩이 정도까지만 보이는 동그란 구덩이 속을 떠나서는 싸울 수 없는 대신에, 여자는 바깥의 공간에서 싸우게 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여자는 수건에 덮인 돌을 가지고 격투를 하고, 남자는 무거운 봉을 손에 들고 있다. 이것 역시도 연약한 여자들이 이런 봉을 들면 너무 무겁기에 남녀에게 각각 균등한 조건을 준다는 의미다.

자, 그러면 당시의 ‘신의 재판’ 과정을 그림으로 보기로 하자. 그림 하나하나를 보면 그대로 내용이 나오지만, 해석된 라틴어를 따라 약간 붙여보았다.

1. 두 사람은 싸움 준비를 하였고, 여자가 남자를 치려고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자는 천으로 입힌 돌을 들고 있다. 이 돌의 무게는 4~5파운드 정도의 무게다. 구덩이에 있는 남자가 들고 있는 봉은 여자가 돌을 달고 있는 막대기 길이와 비슷하다.
2. 그녀는 남자에게 타격을 가했다. 그러자 남자는 이 타격을 냅다 치고는 낚아챘다. 그는 여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여서 압박하려 든다.
3. 남자는 여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왔다. 땅에 쓰러뜨렸다. 남자는 여자의 목을 조르려고 한다.
4. 여자는 남자로부터 빠져 나오고선 그의 목을 조르려 한다.
5. 여자가 남자의 등을 잡고 그의 목을 조르고선 구덩이에서 끄집어내고자 한다.
6. 남자가 여자로부터 빠져 나와서 그녀를 구덩이로 넣고 있다. 잡아당겨서 빠져 나온다.
7. 여자가 남자를 내리치려고 하는 동안 여자는 남자를 가까이로 끌어당긴다. 그 결과로 그는 여자의 다리를 잡고선 그녀를 던져 넘어 뜨린다.
8. 남자는 여자의 가슴팍을 쳤다. 여기서 여자는 천을 그의 목에다 감고선 그의 목을 조르려 한다.
9. 여자는 그의 목과 옷을 잡아채고서는 구덩이에서 남자를 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한스 탈호퍼는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상상은 가능하다.

여자가 남자를 구덩이에서 끄집어 내버리면 여자가 이긴다는 의미이겠다. 당시 사람들은 ‘이미 신이 개입한 결투’ 즉 ‘신의 재판’이니 ‘신은 여자에게 승리권을 주었다’는 해석을 내릴 것이고 남자는 상응하는 벌을 받을 것이다. 아니면 아주 극단적으로는 여자가 끌어낸 남자를 죽일 수도 있겠고. 반대의 상황이 됐다면 우리는 반대로의 상상을 할 수도 있겠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