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18일부터 시행 / 사업주에게 최대 1000만 원 과태료 / 고객 응대 중지 권한 사업주가 가져 / 공동체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길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마련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8일부터 시행된다. 고객에 대한 응대가 최우선인 까닭에 스스로를 돌보기 어렵고 이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마련된 법이지만 현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반된다. 고객 응대 중지에 대한 권한이 근로자에게 있는 것이 아닌 사업주에게 있는 까닭이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고객의 폭언 등으로부터 고객응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 조치의무 등을 담았다. 사업주는 폭언 등으로 고객응대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근로자를 위험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필요한 경우 치료·상담을 지원해야 한다. 또 피해근로자가 고객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경우 사업주는 CCTV 영상과 같은 증거 자료를 제출하는 등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보호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게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보호조치 요구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고객 갑질로부터 근로자를 지키겠다는 취지에는 기대감을 표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다. 가장 큰 우려는 고객 응대 중지에 대한 권한을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마트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고객 폭언 등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는 1·2·3차로 나눠 대응해야 하며 2번의 권고 뒤 직원을 호출하도록 돼 있다. 즉, 폭언 등의 갑질이 발생하더라도 근로자 스스로의 결정으로 그 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거다.

대전의 한 대형마트 캐셔 일을 2년째 하고 있는 A(49·여·대전시 용두동) 씨는 “오래 기다렸다고 불평·불만부터 쏟아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말투와 태도 등을 꼬집는 이들도 있다. 그나마 이런 고객은 나은 편”이라면서 “무작정 다가와 관계없는 불만을 제기하기에 담당부서로 가 말씀하시라고 대응했더니 폭언이 돌아왔다. 황당하고 억울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죄송합니다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과거부터 내려온 손님이 왕이라는 인식으로 많은 것들이 묵인됐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 고객 갑질에 노출될 경우 근로자들이 단호한 대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나마 사업주에 보호 책임을 묻고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법도 중요하지만 서로 같은 사람이라는, 공동체 인식이 뿌리 내리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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