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요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8편

꿀루리(Koulouri)

굵은 밧줄로 매듭을 지은 듯한 빵으로 손바닥을 다 펼친 것 만한 사이즈다. 특이한건 참깨가 듬뿍 뿌려져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참깨를 잘 먹지 않는다. 보이지 않게 사용하는지 몰라도 눈이 띄는 경우는 별로 없다. 동유럽 빵에 뿌려져 있는 건 양귀비 씨앗이었다. 크게 리본을 묶은 듯 프레첼 모양만 꿀루리는 아니다. 때로는 긴 막대 모양도 있고 짧은 빵도 있다. 매우 자주 보여서 좋아하는 간식인가 했더니 아침식사에 빠지지 않는다는 그리스의 밥이었다. 그러나 빵도 곡식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즐기질 않아 사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국민 빵이라 그런지 우연히 찍은 사진 안에도 들어있다. 꿀루리에 진한 그리스 커피 한 잔이 그리스의 아침인 것은 간단히 먹고 저녁을 거하게 먹는 습성 때문이란다. 그냥 밥보다 콩밥을 먹으면 건강해 질것처럼 느끼는 나란 사람처럼 깨를 뿌린 빵을 먹으면 건강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어디선가 분명히 자주 본 기억이 나서 골똘히 생각해보니 터키에서 정말 자주 봤다. 알고 봤더니 거의 같은 재료와 같은 형태로 시미트 빵이 있었다. 깨가 듬뿍 들어간 것은 역시 아시아 영향이었다. 하나의 가격이 50%정도였으니 아침 치곤 가성비 높은 빵이었다. 신기한 건 꿀루리를 가지고 샌드위치를 만드는데 안에다 베이컨, 야채, 치즈 등 여타 샌드위치와 거의 비슷하게 속을 채우느라 내장이 다 들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아침이면 꿀루리를 한손에, 다른 손엔 커피를 들고 지나는 사람을 종종 본다. 아마도 아침을 먹으며 출근하는 중 일거다.

프라페

그리스 앓이를 오래했던 나는 그리스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관심 없는 것은 제대로 고개도 안 돌리는 내가 별다방에서 프라프치노를 보고 신기해서 시켜봤다. 프라프치노는 그냥 단우유 커피였다. 그렇다면 왜 프라프치노에 반응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유는 바로 프라페라는 음료는 그리스에 간다면 기본적으로 들고 들어가는 단어였기 때문이었다.

프라페는 네스카페커피믹스에 우유와 다량의 설탕, 그리고 얼음을 믹서기로 갈아서 만든다. 한국으로 치면 맥심커피에 얼음 넣고 갈아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나는 그 긴 여행 동안 프라페를 한잔도 시키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그랬다. 이유는? 나는 커피에 아무것도 타서 마시지 않는다. 인스턴트커피도 모자라서 우유에 설탕까지 다량으로 넣는다는 건 내 생애에 없는 일이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안 시켰던 것 같다. 그 아쉬움에 한국 별다방에서 시키고 그 놀라운 단맛에 실망하고 그러고 나니 싫었어도 그리스에서 먹어볼 걸 그랬구나 싶었다. 이렇게 나의 까칠한 성향으로 거부하다 못하고, 못 먹고 죽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얼마 전 사유담 버스 기사 아저씨가 타주는 맥심커피를 받아들었다. 잘 안 먹지만 타주신 정성이 감사해서 받아들었다. 이걸 어쩌나 싶었지만 거절하느니 받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버스로 두 시간을 달려가야 하는데 들고만 있을 수도 없어 마셨다.

세상에나. 나는 어느덧 대학시절 중앙도서관 앞에 서 있었다. 시험 기간이었겠다. 공부도 안 하는 게 자리는 차지하고 틈틈이 나와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대학마다 커피는 중앙도서관커피가 제일 맛있다. 이유는 그 커피가 시험기간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을테니 커피맛보다 놀러 못가서 간절함 아쉬움이 묻어 사서 커피가 각인되었을 것이다. 커피는 과거로 돌아가는 마법의 물약이었다. 추억을 경험하고 싶거들랑 그 옛날이 그립거들랑 맥심커피를 종이컵에 마셔라. 그 순간 그 향과 함께 그 시절로 직행할 것이다. 요즘은 종종 인스턴트커피를 마신다. 재밌는 맛이다. 나는 어느덧 아침에 한 봉, 점심에 한 봉, 저녁에 한 봉 타서 마시는 삼봉 김기옥 선생이 돼 있었다. 경험이 없으니 그리스프라페는 인스턴트커피를 타고 별다방에 다녀왔다.

요즘 그리스 젊은이들은 프라페보다 신선한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에 얼음과 설탕을 넣어서 갈아 만든 프레도 에스프레소를 먹는단다. 프라페가 가장 잘나가는 커피냐고 묻자 옛날 얘기하냐며 그리스 사람이 손사래를 친다. 하기는 한국 덕후인 친구는 왜 식혜 안주냐며 집집마다 다 만들어두고 먹는다고 책에서 봤단다. 식혜를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을까?

·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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