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청 대덕경찰서 강력계장

한 경찰이 있다. 1986년 경찰에 투신 후 30여 년이란 긴 세월동안 숨 가쁜 삶을 살아온 형사의 눈가에는 세월의 흔적마냥 깊은 주름이 잡혀있다. 그러나 ‘정의’를 지켜가고자 하는 야성은 낡지 않아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는 동력이 되는 듯 보인다. 제73주년 경찰의 날(10월 21)에 즈음해 노(老) 형사의 외침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18일 대전 대덕경찰서에서 만난 조남청(56) 강력계장은 각진 얼굴에 부리부리한 눈빛, 다부진 몸집에 걸친 검은 재킷, 다소 투박한 말투까지 천생 강력계 형사의 모습이었다. 강력형사치고 무용담 없는 이가 어디 있을까 만은 그가 마주하고 해결한 사건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다.

1990년 수감자 3명이 전주교도소에서 탈주한 사건도 그랬다. 당시 이 수감자들은 경찰의 총까지 빼앗는 활극을 펼치며 지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당시 충남지방경찰청 특수강력수사대 소속이었던 조 계장은 그 공포와 맞섰다. ‘야생마’라는 별명처럼 가장 앞서 이들을 쫓았다. 조 계장은 “대청호를 건너던 수감자들과 서로 총을 겨누는 상황이 빚어졌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강력형사의 일은 때론 목숨을 걸만큼 위험천만한 일. 그러나 ‘정의롭게 언제나 국민의 편에 서는 경찰관’을 꿈꾼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언제나 현장으로 앞서 달렸다. 전국에서 검거실적 1위를 기록한 ‘대전조폭 일망타진’과 일본에서 절도당한 우리 문화재의 절도범 검거의 현장에 그가 있었다. 일명 ‘택시 흔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선 택시기사 자격증까지 따는 노력도 마다치 않았다. 경찰청은 이런 조 계장을 ‘현장의 영웅(2016)’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조 계장은 범인 검거와 더불어 피해자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8월 대전의 한 점집에서 50대 남성이 5000만 원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에게 ‘현금을 많이 놓고 기도를 해야 효험을 볼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가 가져온 5000만 원’을 훔쳐 달아났는데 다행히 빠른 검거로 3250만 원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공부로 이어졌다. 조 계장은 현재 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강력범죄 피해자에게 국가가 보상해주고 대신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범죄 재범율과 피해자의 아픔이 줄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견해도 피력했다.

조 계장이 생각하는 좋은 형사란 무엇일까. 그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경찰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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