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에는 길흉화복의 운이 있고 민족사에는 흥망성쇠의 운이 작용한다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사에서 볼 때 한민족의 영토가 중국대륙까지 뻗쳤던 환국, 배달국, 단군조선시대를 거쳐 고구려 때까지를 흥성의 시대라 한다면 영토가 한반도로 축소된 조선시대 이후 오늘날까지는 쇠퇴의 시대라 하겠다. 그러나 인간의 운명이나 민족의 운명은 끝없이 반복 변화하는 이치에 따라 이제 쇠퇴 운이 지나고 장차 우리 민족에게는 홍성의 운이 도래할 것이라 기대해 봄이다. 3·8선의 역사로 볼 때 흥성국운의 열쇠는 3·8선이 아닐까 한다. 과연 3·8선은 어떤 운명의 선인가.
▲ 3·8선의 원인은 모두 일본이었다.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게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던 우리 조선정부는 명나라에 지원군을 요청했고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의 활약으로 일본군이 불리해지자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는 7개 조항으로 된 강화 안을 명나라에 제시하였다. 그 7개 조항중 제4항이 ‘조선을 8개 도로 나누어 이북 4개도는 조선왕에게 돌려주고 이남의 4개도는 일본이 통치하자’는 내용이었다. 물론 명나라는 이를 거부하였고 이순신 장군의 활약과 도요토미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이 조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일본이 명나라에 제시한 조선분할 안은 공교롭게도 358년 뒤 한국 전쟁 때 미 육군성에서 작업을 한 오늘의 3·8선과 거의 비슷한 선이었다는데서 3·8선의 역사적 운명의 모습을 보게 된다. 1896년 6월 러시아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한 일본의 ‘야마가다’는 러시아의 외무대신 ‘로마노프’에게 ‘한국 땅을 3·8도선을 경계로 양분하여 이북은 러시아가 이남은 일본이 점령하자’고 제의 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도 러시아는 한국전역에 대한 지배를 꿈꾸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일본의 제안은 일언지하에 거부되었다.
▲ 3·8선으로 갈라진 원인은 일본이다. 지금부터 73년 전 미국과 소련에 의해 3·8선이 그어진 역사적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면, 1945년 7월 27일 독일의 포츠담에서 연합국 정상들이 만나 일본에 대해 무조건 항복을 권했고 한국의 독립을 재확인하는 포츠담 선언을 하였다. 그러나 일본이 이 제안을 거부하였고 결국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일본이 항복하였고 또한 우리도 해방을 맞게 된 것이다. 그 후에 미국과 소련이 우리나라에 진군하여 자국의 팽창전략을 위한 분단의 3·8선을 그어 놓았으니 이야말로 3·8선은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운명의 선이라 하겠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하지만 일본이 그 당시 연합국의 제안인 포츠담선언을 받아들었다면 일본은 원폭으로 비참한 항복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미국과 소련이 이 나라에 들어와 3·8선을 그어 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로인해 한국전쟁과 75년 분단의 역사도 없었을 것이다. 어찌하겠나. 이것이 우리의 선택과 관계없는 이 민족의 운명인 것을, 이처럼 우리 민족 운명의 선인 3·8선의 원인은 알고 보면 모두가 일본이었음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가까이 하기엔 먼 나라가 아니겠는가.
▲ 3·8선은 이미 예고된 운명의 선이었나? 1300여 년 전 신라시대 원효대사의 비결서인 ‘원효결서’에 의하면 孤角分土…三八中分(고각분토…삼팔중분)이라는 글귀가 있다. 여기에서 고각(孤角)이란 ‘신성한 동물인 天牛(천우)’ 또는 외뿔이란 뜻으로 해석하여 우리나라지형을 말한다고 한다. 종합하여 풀이하면 우리나라가 3.8선에서 남북으로 갈라질 것이라는 예언의 뜻이라 한다.(김중태의 원효결서에서) 또한 450년 전, 조선시대 최고의 예언가인 남사고 선생이 쓴 격암유록 40장에 삼팔가(三八歌)라는 시가 있다. 파자나 은유의 문체로 되어서 풀기 어렵게 되어있다는데 어느 풀이에 의하면 3·8선에 판문점이 생긴다는 예언내용이라 한다. 그렇다면 우리 한반도의 3·8선은 하늘의 뜻에 의해 이미 정해진 운명의 선인가?
▲ 그렇다. 3·8선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선, 그것이 무너지는 때는 하늘만이 알 뿐,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때가 우리민족 흥성의 운이 도래되는 때라는 것을!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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