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허리 중장년 고용한파 여전

#. 지난해 초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A모(46·대전 중촌동) 씨는 2년 가까이 마땅한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

이전 회사에서의 경력을 토대로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 이제는 직업이나 직무는 상관없으니 재취업만 성공하자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그는 “퇴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나왔지만 나와 보니 들어갈 곳이 없더라. 눈 낮춰도 재취업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딸린 식솔이 많아 돈 들어갈 곳이 많다. 어떤 업무도 괜찮으니 재취업에 성공하고 싶다”라고 절박하게 소망했다.

한국 경제 허리세대인 중·장년층이 청년세대 못지않게 고용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재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저임금과 고용불안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용시장에서 우리 경제의 중심축인 40·50대 문제가 심각하다. 늘어난 기대수명과 짧아진 은퇴 시기, 국민연금 부족 등으로 노후자금 부담이 큰 그들에게 사회는 퇴직 후 또 다른 직업을 찾도록 강요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재취업을 하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이전 직장보다 높은 임금을 받기는커녕 절반 수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용불안도 문제다. 재취업한 회사에서의 근속기간이 대부분 2년 미만인 까닭이다. 대전의 한 IT업체에서 근무했던 B(48·대전 도마동) 씨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B 씨는 기존에 했던 일을 이어 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 3년간 회사를 이미 2차례 옮긴 적이 있다.

그는 “이쪽 바닥(업계)이 이직이 잦은 편이다. 업무도 많고 결과물이 성과에 바로 반영돼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사직을 권고당하기도 한다”라면서도 “거기에 더해 나이도 꽤 있다 보니 연봉이나 근무환경 같은 여러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지난 15일 발표한 ‘2018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퇴직 후 ‘재취업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구직자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8%에 달했다. 이들의 임금 수준은 주된 직장대비 ‘50% 미만’이 38.4%로 가장 많았다.

‘50~60%’가 19.4%, ‘60~70%’가 15.5%로 뒤를 이었다. 이전 직장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답변은 1.8%에 불과했다. 중장년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이유는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라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으며 정년퇴직(21.4%), 사업부진 또는 휴·폐업(13.3%) 등이 뒤를 이었다.

재취업한 회사에서의 근속기간은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45.4%였다. 특히 재취업한 5명 중 1명은 6개월 이내에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한 회사에서의 퇴사 이유로는 계약기간 종료(27.5%)를 가장 많이 꼽았고, 사업장 경영악화(21.5%)와 고용불안·기업성장 가능성 불투명(12.3%) 등을 언급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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