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학시무이언’(不學詩無以言), ‘불학례무이립’(不學禮無以立). 공자가 아들에게 말했다. “시를 배우지 않고는 남과 더불어 말을 할 수가 없고, 예를 배우지 아니하면 남 앞에 설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리더의 언어 즉 말은 시를 모르고서는 품격을 갖추기 힘들다는 뜻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시가 가진 강력한 감성적 언어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감성으로 대중의 마음을 얻으라는 가르침이다.

홍운탁월(洪雲托月). 여백미를 강조하는 동양화 기법의 하나다. 달을 직접 그리지 않고 구름을 그려 여백으로 달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빈 공간을 남겨 둠으로써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동양철학의 정신이자. 동양의 미덕이다. 화가는 달을 그리되 달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둥그렇게 어둑한 테를 둘렀더니 환한 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달을 그리지 않았는데도 주변이 환하게 빛을 발한다. 드러내기 위해 감추는 그림 기법은 시(詩)의 함축과 일맥상통한다. 굳이 말하지 않고도, 칠하지 않고도 그대로 그림이 된다.

요즘 김정섭 공주시장의 직설화법이 인구에 회자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교화법이다. 후보시절부터 줄곧 비교화법을 사용하고 있다. 비교 대상은 전임 시장이다. 전임 시장은 이랬는데 나는 이러겠다고 다짐하는 식이다. 민선6기의 시정구호(선거 캐치프레이즈)와 계약사무의 투명성을 문제 삼은데 이어 일전 정례브리핑에서 또다시 인사문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문성과 창의성을 살리고, 줄 세우기와 타당성 없는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전임자와의 선긋기와 차별화 전략으로 읽히지만, 적어도 비교는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비교를 당하는 상대방에게는 더더욱 불편한 일이다. 하물며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비교는 오히려 독이 되고 역효과를 낸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 자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얘기해도 부족할 시간에 굳이 전임자의 허물을 끄집어내 폄하하는 것은 리더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자신감과 우월감은 본인이 드러낸다고 드러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높일 때 더 드러나게 된다. 자신만이 가진 소중한 가치 즉 ‘온리원’을 드러내기 위해 남과 비교하는 것은 그래서 어리석은 일이다. 달을 그리되 달을 그리지 않아도 화가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굳이 표현하겠다니 안쓰럽다.

지금 김 시장의 말투와 화법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수사에 약한 요즘의 정치꾼들을 닮아 있다. 듣는 이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는다. 이런 화법은 갈등을 부르고, 사회 분위기를 거칠게 만든다.

말이란 나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말하는 아주 중요한 도구다. 말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다. 옛 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사람은 90% 심리로 움직이고, 심리는 90% 말로 움직인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심리 법칙을 이해하고 말투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이 더 잘 풀리고 인간관계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말투의 심리학 이븐 어 페니(even a penny) 테크닉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성의를 가지고 감성에 호소할 때 졸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치 또한 이성도 중요하지만, 열정과 사랑과 같은 따듯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달을 그리되 달을 그리지 않는, 마음을 전하되 풍부한 감성이나 여유를 담아내는 화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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