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기간 보통 두 달…수리비 외제차 못지않은 고가

“기름값도 비싼데 전기차로 바꿀까?”

최근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치솟는 기름값을 두고 상대적으로 유지비 부담이 적은 전기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실제 전기차를 운행하는 차주들은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여 온다’며 구매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리 기간이 일반차량에 비해 매우 길고 수리비도 외제차 못지 않게 비싸 부담이 배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전기자동차가 보급된지 5년이 지나면서 전기차 전용부품(고가부품)이 고장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가 운영 중인 전국 서비스센터 3500여 곳 중 전기차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을 때 정비 및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전체의 1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전도 일반 정비소에서 오일이나 패드 교체 등 간단한 수리는 가능하지만 전기차에 중대한 결함이 생겼을 때 직영 서비스센터에서만 수리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정비소가 전기차 수리시설은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기차 수리 및 정비 인프라 부족에 따른 불편을 전기차 차주가 감수해야 한다는 데 있다. 특히 한 번 고장나면 서비스센터에 예약해 수리받기까지 보통 2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돼 차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전기차 차주 이 모(37) 씨는 “큰 사고가 나 이달 초 서비스센터에 예약접수 전화를 했는데 수리가 두 달 뒤에나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대전 외 타 지역센터 예약 가능 날짜도 확인해 봤지만 내년 1월에 가능하단 말에 한숨만 나온다. 유지비 절감을 위해 전기차를 선택했는데 사고 한 번나면 이런 애물단지가 따로 없다”고 불만은 토로했다.

과다한 수리비용도 문제다. 직장인 박 모(49) 씨는 고가의 수리비에 전기차 구매를 후회하고 있다.

박 씨는 “전기차를 구매한지 3년도 안 됐는데 점검 불이 들어와서 수리공장을 갔더니 부품 하나 교체하는 데 400만 원이란 견적이 나왔다. 애초에 이 정도 가격을 감수해야 되는 줄 알았다면 전기차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정부 보조금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충전용 전기 요금도 지금보다 오를 것이며 세금도 현재 보다는 더 걷히게 될 것이란 것도 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되는 이유로 꼽힌다. 더불어 전기차를 구매하지도 않는 소비자들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충당해야한다는 것도 형평성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기차로의 전환시점을 한 발 늦춰 보조금 지원이 없어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찾아 구매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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