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 완화 아닌 폐지 원해
정보력·자본력 싸움에 뒷북만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 커져
개미들 피해 불가피한 구조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제약을 완화하겠다고 밝히자 원성이 들끓고 있다. 정보력이 부족한 개미들이 하락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큰 공매도가 개미들의 손실을 더욱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투자자도 공매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공매도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금융당국이 맥락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원성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손 모(37·대전 탄방동) 씨는 “개인이 하락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얼마 없다. 정보력이 뒤처지는 개미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에 손실이 더 커지고 있다”며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매도를 없애달라는 게 국민들의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하락장에서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통해 주가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챙기지만 개인투자자는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매도를 비판하는 측의 주장이다.

개인 공매도 규제완화는 이미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꺼내든 카드다. 주식 대여 동의 기준을 100명에서 70명으로 낮추고 개인이 기관투자자 보유 물량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내외 증권사들의 무차입 공매도 사태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달래기용으로 내놓은 것. 하지만 현재 문제의 핵심은 기관들의 대량 공매도로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은 개미들이 주식투자 시 불이익을 당하는 현실에 있다. 공매도 가능 대상종목을 확대하는 등 공매도 제도를 손봐도 이는 마찬가지다.

정보싸움이 치열한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에 비해 하락장에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기관 등에는 개인이 접근하기 힘든 정보를 접할 기회와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알려진 정보라도 분석을 통한 투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전문성 역시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이 우세하다. 이러한 구조 속에 개인 투자자의 경우 주식시장, 특히 하락장에서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소비자원 한 관계자는 “정보력과 자본력이 뒤처지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는 대출과 마찬가지라 쉽게 할 수 없어 기회의 균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주식시장이 어려울수록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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