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캘리그라피협회 양영 회장

 

캐리커처가 데셍을 기반으로 파생된 장르이듯 캘리그라피도 서예라는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장르다. 서예라는 전통을 기반으로 글씨를 디자인적으로 결합한 캘리그라피는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서예 침체기에 새로운 활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예, 문인화, 전각을 배제하지 않고 각각의 장르를 아우르는 캘리그라피가 강조되고 있다.

대한민국캘리그라피협회 양영(사진) 회장은 “‘글씨 같은 그림, 그림 같은 글씨’가 바로 캘리그라피”라면서 “서예와 문인화, 전각, 캘리그라피까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장르가 바로 캘리그라피”라고 소개했다.

양 회장은 “추사 김정희도 그렇고 고암 이응노의 공통점이 회화, 전각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며 “서예계가 많이 침체됐다고 하는데 캘리그라피가 서예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모든 분야는 다 통한다고 보기 때문에 서예를 기반으로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 2000년대 초 그가 캘리그라피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캘리는 전통적인 서예를 등진다는 평가 때문에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양 회장의 실력과 신념으로 인해 최근에는 캘리그라피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고, 캘리 인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양 회장은 “개인의 영달 때문에 협회를 만든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붓을 잡게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고암 이응노 선생은 한학도 하고 서예, 문인화도 했고 전주에서 간판집도 했다고 하는데 지금 대전에 미술관이 있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지 않나. 캘리라는 장르로 관심을 이끌어 서예도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캘리 인구가 늘면서 서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그라피의 일인자라고 자부하지만 그 역시 시작은 서예였다. 그 실력도 출중하다. 지난해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대상이라는 영예를 안았고, 그 이전 대전시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이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양 회장은 “나 역시도 서예 우월주의자였지만 서예의 딱딱한 부분과 캘리의 가벼움을 융화시키면 또 하나의 문화가 탄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글씨에는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유행서체가 아닌 사람의 감정이 담긴 글씨를 쓰면 진정한 작품이 탄생한다”고 회고했다.

앞으로도 그는 장르의 융합을 강조하며 캘리그라피 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양 회장은 “차가운 돌에 온기를 담아 마음을 전한다는 마음으로 무생물을 의인화 시키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자 디자인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한 명의 작가로, 또 협회장으로 더 많은 활동으로 확장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글·사진=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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