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엎드려뻗쳐!

조재도 시인

절대루

윤재철

백일장 사생대회 있는 날
내일은 절대루 늦지 마라
하나가 늦으면
모두가 늦게 입장하게 된다
신신당부하고
동물원 앞에 몇 시에 모이라 하면
늦은 놈이 있다
화가 나서
엎드려뻗쳐 시키다 보면
끝내 말하지 않지만
중풍으로 쓰러진 제 어미
죽 끓여 떠먹여 주고
기저귀 갈아 채워 주다 늦는 놈이 있다

절대루라는 말이
정말로 우습다

▣ 백일장 사생대회 같은데 학생을 인솔해 가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지각하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아니면 아예 일이 있어 못 오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 때 교사의 마음은 ‘으이구’입니다. 이 시에서도 교사는 전날 학생들에게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런데 늦은 학생이 있습니다. 화가 나서 엎드려뻗쳐를 시켰습니다. 학생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겠지요. 이마엔 땀이 팥죽처럼 흐르고, 벌어진 가슴 살품으로 뜨거운 김이 훅훅 쏟아져 나올 겁니다. 늦었기에 더 죽어라 달려왔기 때문이지요.

이 시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벌을 주는 교사가 학생이 늦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있어요. 보나마나 어려운 살림에 고된 노동으로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다 보니 그리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딱하게도 병수발해야 할 사람이 학생뿐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 갈 때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 먹고 가지만, 이 학생은 오히려 죽을 끓여 자리보전하고 있는 엄마에게 떠먹여주고, 기저귀까지 갈아줘야 합니다. 오늘도 그러다 그만 늦었다는 걸 교사는 잘 알고 있지요.

화가 나 벌을 주긴 하지만 누구보다 교사의 마음이 아픕니다. 학생도 그러한 교사의 마음을 알아 시키는 대로 얌전히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고요. 학생이나 교사나 잠시잠깐 눈가에 물기가 서렸을 겁니다. 아무도 모르게 눈꺼풀을 깜짝거려 그 물기를 지우기도 했을 거고요. 그리고 그런 장면을 동물원에 있는 벚나무 가지 끝에 앉은 까치가 내려다보며 까작까작 울기도 했을 겁니다.

아무튼 누구보다도 이 학생이 백일장에서 좋은 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인, 아동청소년문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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