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국내외적으로 스마트도시 구현에 대한 관심이 크다. 스마트도시는 국가나 관련 기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정의되는데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은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건설·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해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국외의 경우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탄소배출 저감 및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성장 도모와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 수단으로 스마트도시의 적용 대상과 기법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정보통신기술과 도시기반시설물의 융·복합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과 생활 편의성을 높이고자 하는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로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사고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초기 스마트도시의 개념은 시스템 기반 구축의 지능화된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 등 목적 지향적 관점에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단 또는 과정적 의미로서 지식(빅 데이터) 기반의 도시관리 통합 플랫폼으로 그 개념이 점차 확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스마트도시를 ‘시민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빅 데이터 및 시민참여 기반의 도시 통합 플랫폼’으로 설명하곤 한다. 보다 만족스러운 도시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해 주기 위해선 시민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경청이 필요하고 시민이 공간을 이용하는 행태, 경제·문화적 활동에 대한 소유·소비 행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세밀히 살펴 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해 보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오늘날 이러한 수요자 중심의 요구 파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도시 빅 데이터에 있다. 시민 개인은 일종의 살아 움직이는 센서로서 우리의 도시공간에 복잡한 흔적을 남긴다. 일상적 삶 속에서의 여러 이동 동선, 경제활동과 관련한 구매·소비행위, 그리고 여가·문화 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과 행태들이 모두 도시 빅 데이터 형태로 축적이 된다.

이렇게 축적된 도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가공·처리해 의미 있는 가치의 결과로 표출해 내 도시행정의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도시가 지향해야 할 정책적 목표라고 판단된다.

또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민의 삶 속에서 생활불편 등 여러 도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구하고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는데 인색해 하지 않는, 다시 말해 시민이 투자할 가치가 있는 대상에 집중해 사용자 경험에 의한 스마트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는 도시가 진정한 스마트도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흔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강조되는 IoT(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크라우딩컴퓨팅, 인공지능 기술 등이 스마트도시에서는 각각 인체의 오감, 혈류, 신호전달 체계, 그리고 두뇌의 기능에 비유되곤 한다. 유기적 존재로서의 스마트도시를 상상해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에 정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채집·축적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채집·축적된 정보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인지·학습되고 추론 등의 과정을 통해 외부 환경의 자극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지능적인 도시를 떠올리곤 한다. 궁극적으로는 향후 추구해 나가야 할 스마트도시의 미래상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건 도시와 사람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와 요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전적 정의와 그 가치와 요구를 축적하는 빅 데이터, 그리고 도시문제 해결이나 도시 혁신을 위한 시민의 능동적인 관여와 참여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전시는 스마트도시 구현을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을 얼마나 스마트하게 잘 활용하고 있는 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행정 기반의 공공데이터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의 빅 데이터, 각종 센서를 통한 데이터를 채집·공유·활용에 있어 데이터 친화적인 스마트 행정을 펼쳐지고 있는지, 공동체문화와 신뢰자본의 성숙 하에 시민참여플랫폼이 제대로 구축돼 작동되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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