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호텔 폐업으로 주변 상권 매출 40%↓

 

‘암흑도시’ 상대동…월세만 내고 쉬는 점포 수두룩

온천관광지로 유명세를 누렸던 대전 유성관광특구 상가의 불이 하나, 둘씩 꺼지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문을 닫는 상점이 늘면서 ‘도미노 폐업’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텔들의 잇따른 폐업 여파에 기대했던 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의 구매력 저하로 호텔 주변 상가의 매출은 급감하고 상대동, 어은동 등도 불황이 계속되면서 상권이 빠르게 움츠러들고 있다. 특히 상대동의 경우 월세만 내고 장사를 쉬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에 따르면 23일 기준 관내 일반음식점 운영업소 수는 4635곳으로 지난해 말(4811곳)보다 176곳 줄었다. 이는 최근 개업한 점포 수보다 폐업한 점포 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고착화된 탓이다.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개업점포는 132곳, 폐업점포는 308곳이다.

20~30년 전만 해도 24시간 밝았던 유성지역 관광호텔 상권은 점차 ‘옛 동네’로 역주행 하는 모습이다. 온천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져 안 그래도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서 호텔리베라유성, 아드리아호텔 등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외지인 유입이 훨씬 줄었기 때문이다.

호텔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전인권(59) 씨는 “이 자리에서만 15년 가게를 운영했는데 요즘같이 힘든 적이 없다. 보통 호텔에서 개최된 세미나가 끝나면 외지 단체 손님들이 식당들을 찾는데 호텔들이 연이어 폐업하면서 최근 매출이 30~40% 줄었다”고 씁쓸해 했다.

전 씨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들도 호텔 주변 상권을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주상복합아파트 입주민들은 대부분 혼자 거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혼밥족들이 늘었다고해도 혼자서 식당을 찾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나. 모르는 사람은 거주민들이 많아지니까 장사가 잘 될거라고 착각하는데 오히려 상권은 더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동 상권은 트리플 시티 등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반짝 성장을 나타냈지만 이후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영업신고는 돼 있어도 장사는 하지 않는 유령점포가 늘고 있다.

최기태 한국외식업중앙회 유성구지부 사무국장은 “최근 1년 사이 상대동 음식점들은 150여 곳에서 100여 곳으로 급속하게 줄었다. 밤에 가면 먹자골목이었던 한 블럭 전체가 어두운 곳도 있다”며 “남은 100여 곳도 상당 점포가 영업신고는 유지하고 있지만 운영은 하고 있지 않다.

장사는 안 되는데 물가, 인건비 등만 계속 오르니 운영을 포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임대 계약기간은 한참 남아 있고 점포를 내놔도 사가겠다는 사람이 없어 공과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심산으로 셔터문만 닫는 점포가 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지난 2015년을 전후로 가게들이 밀집해 새로운 상권이 형성된 유성홈플러스 주변 봉명동 상권도 52시간근로제 시행 등에 따른 직장인들의 저녁 모임 감소 등으로 이전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봉명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38) 씨는 “최근 이곳도 대로변 쪽만 잘 되고 그 뒤쪽으로는 장사가 잘 안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에 대한 기대가 커 폐업과 동시에 개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임대료만 높게 형성되는 ‘거품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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