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우리는 공명과 싸우면 이긴다. 우리는 공명에게는 불패의 존재다.’
이것은 제갈공명이 깊은 연구 끝에 만들어 낸 함정인데 올돌골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니 올돌골은 싸우면 공명에게 이기고 공명은 올돌골과 싸우면 진다는 묘한 선입견을 공명은 올돌골이 갖게 해 주었다. 다시 말하면 올돌골의 군대는 무적이고 공명의 군대는 백전백패(百戰百敗)를 당하는 무력한 군대라는 사실을 전선에 심어 준 간계(奸計)였다. 이에 올돌골의 군대는 그런 공명의 간계에 걸려든 줄도 모르고서 자만심이 가득차고 말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제 촉병을 무너뜨리는데 올돌골의 군대는 이골이 났다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런 가운데 올돌골의 적인 공명의 장수 위연도 등갑군에게 지는데 마력이 붙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명이 쓰는 작전을 전혀 알길 없는 올돌골이 자만심이 크게 부풀어 생각하기를
‘공명이란 자가 괜히 허명을 얻은 자로구나! 아무것도 아닌 놈에게 맹획이 그렇게 크게 당하다니... 나는 진실로 맹획의 패배를 믿을 수가 없구나! 믿어지지 않구나!’
올돌골은 그렇게 자만심을 가지고 맹획에게 말하기를

“내가 오늘은 공명을 꼭 사로잡고 말겠소. 대왕은 나와서 구경이나 하시오.”
교만심이 커져 오만방자해져서 호언장담을 쏟아 놓았다. 그날이 싸움을 시작한 지 16일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 올돌골은 친히 등갑병을 거느리고 촉진으로 쳐들어갔다. 오늘도 촉병들은 등갑병 앞에서 맥을 쓰지 못하고 달아났다. 올돌골이 한참 촉병을 추격하다보니 울창한 밀림이 나타났다. 그러나 올돌골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아주 슬기로운 척 자만심을 가지고 부하 등갑을 입은 탐색병에게 명하기를

“이보라! 저 밀림을 수색해 보라! 복병이 있는지 잘 살펴보란 말이다.”
올돌골이 2장이 넘은 큰 키를 건들거리며 엄하게 명령을 내렸다. 탐색병이 나가고 한참을 지난 후 정보를 수집하여 돌아와 보고하기를
“숲속에는 커다란 검은 궤짝이 십여 개 보였습니다. 다른 것은 아무리 뒤져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럴 거야. 허나 내가 직접 보고 와야 안심이 되겠다.”
?올돌골은 그리 말하고 전과 달리 아주 조심성을 가지고 자신이 직접 숲속으로 들어가 괴 물건들이 있는지 확인해 보니 탐색병이 보고한 바와 같이 다른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수레 십여 개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이봐, 저것들은 군량을 나르는 수레고 궤짝이겠지. 쫓겨 가기에 급하여 버리고 간 모양이야. 어서 저것을 수거해 가져 오너라!”
?올돌골은 무심코 그렇게 명령하고 등갑군을 거느리고 앞장서서 반사곡으로 깊숙이 쳐 들어갔다. 그리고 올돌골은 안심하고 반사곡에 진을 친 다음 등갑군을 배불리 저녁밥을 먹이고 나니 사위가 어두워지고 어둠이 깔려왔다. 전쟁을 시작하고 가장 멀리 깊게 들어와서 맞이하는 밤이었다. 등갑군은 보초만 남기고 모두 마음 놓고 다리를 펴고 단잠을 자려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 후방에서 알 수 없는 포성이 산천을 뒤흔들었다.
?“파. 파. 팡.”
?폭음. 아니 굉장히 큰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등갑군도 놀라고 맹획도 놀라고 올돌골도 놀랐다. 올돌골의 호위무사가 맹획의 호위무사 보다 한걸음 먼저 달려와 크게 외치기를
“대왕님! 큰 일 났습니다. 반사곡 입구가 완전히 막혔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공명에게 속아서 사지에 깊이 빠진 것이냐?”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져온 검은 궤짝이 모두 폭약으로 불이 붙자 펑 펑 튀었습니다.”
“뭐시라...! 우리가 폭약을 노획했구나! 이럴 수가...? 그렇다면 저 소리는 폭약이 터지는 소리란 말인가!”
“예, 그것이 터지는 바람에 산림이 모두 불이 붙었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우리가 살 수 있느냐? 토안장군! 어서 살길을 마련해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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