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대중의 지지와 신뢰가 없이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근의 옛 공주의료원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공론화는 우려스럽다.

시민참여단 동원 의혹 등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첫 걸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특히 토론 및 숙의 이전에 갖춰야할 운영원칙에 대한 합의, 균형 잡힌 정보의 공개 및 공유가 빠져 있다.

숙의과정도 문제다. 숙의는 말 그대로 깊이 생각해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관건은 ‘충분한’이다. 충분히 납득할만한 과정을 거쳐 이해당사자들의 수긍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옛 공주의료원 활용 공론화는 ‘충분한’이 빠져 있다.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어떻게 합의를 도출해 나갈지 등의 사전 교감도 없는데다 숙의 이후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방향도 정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한마다로 ‘주먹구구 식’이다.

더구나 일부 숙의과정 참여자들과 시민단체까지 나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대표성 등을 문제 삼아 잠정 중단을 강력 촉구하고 나선데 이어 급기야 몇몇이 숙의과정에서 빠지는(보이콧) 사태까지 빚어졌지만, 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숙의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안을 제시하는 대전시와는 사뭇 다른 ‘불통’ 또는 ‘먹통’의 태도다.

김정섭 시장의 공정성 논란에 대한 ‘무 관여’ 자세가 비난 받는 이유다. 숙의과정에 자발적으로 나섰던 시민들이 사퇴하는 마당에 팔짱만 끼고 있으니 “시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을 펴겠다더니 초심을 잃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숙의과정 참관을 독려하는 공문 또한 본말이 전도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들을 참여시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인가가 아니라 시정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윗분들 보기에는 가상할지 모르겠다. 김 시장이 후보시절 공언했던 ‘동원문화 근절’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3차 숙의를 마치고 이달 중 최종 권고안을 내겠다는 공주시의 자세 또한 우려스럽다. 임기 내 치적 쌓기에 몰두해 있는 것은 아닌지. 옛 공주의료원은 뜨거운 감자다. 어떤 결론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서둘러 낭패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시장의 방침을 받아 시정조정위원회까지 거친 입법예고안이 시민들의 개탄을 사고 있는 마당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조례를 폐지한다고 하지 않나, 심지어 보령시 포상조례에 따라 공주시장이 포상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는 행정 난맥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니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시민 누구도 불편하거나 억울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숙의과정에서의 불편은 두고두고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일부의 생각이 시민 전체의 생각이라는 이름으로 시정에 반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편향되고 왜곡된 공론화위원회, 시민의 뜻을 빙자한 공론화위원회, 김정섭 시장 주도의 공론화위원회라는 비난 속에서도 ‘내 갈길 가겠다’는 식의 자세가 ‘시민중심’ 또는 ‘주민주권’의 시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을 내기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이 과정이다. 지금 그 과정이 흔들리고 있다. 투명한 정보제공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어떤 결론을 내도 시민들은 수용하기 힘들 것이다. 민심에 역행해서는 시정이 성공하기 힘들다. 옛 공주의료원 문제는 김정섭 시장의 또 하나의 시험대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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