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신념 이유 병역 거부 사건, 대법 심리 중

대법원이 최근 병역법 위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종교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는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개인(일반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이 심리 중인 것으로 파악돼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은 우리나라의 강제징집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생각에 따라 처벌을 감수하고 병역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대법이 ‘양심적 병역거부’라 일컫는 종교적·신념적 병역거부를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해 9월부터 병역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 씨의 상고심 사건을 심리 중이다. A 씨는 지난 2016년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사흘이 지날 때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다만 A 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되지는 않았다.

A 씨는 ‘대체복무제 없는 강제징집은 선택권 침해며 위헌’ 이라거나 ‘재산권 침해’라는 식의 주장을 하며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모병제라는 대안이 있는데도 대체복무제 없이 강제징집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는 입장이다. 또 “병사의 급여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재산권을 침해한다”고도 했다.

A 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의무에 의한 법익보다 더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어 제한하더라도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판시했다.

A 씨 사건은 최근 대법이 ‘(진정한 양심의)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 판단기준을 세운 후 주목받고 있다. A 씨의 경우도 이러한 기준의 적용을 받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거다.

앞서 대법은 병역법 위한 혐의로 기소된 B 씨 사건 과정에서 병역을 거부한 사유가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 삶의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하고, 고정불변의 정도는 아니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신념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A 씨도 이 같은 판단기준에 비춰 본인 역시 사정이 부합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일각의 견해다. 그러나 A 씨가 이 같은 대법의 병역거부 무죄 판단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의 판단기준에 따른 ‘신념’은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정도의 절박하고 구체적인’을 일컫는 데 과연 A 씨도 그러하냐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A 씨에 대한 대법 판결은 그 의미와 파장이 적잖을 전망이다. 종교적 신념에 이어 일반적인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정당한 행위로 볼 것인지, 만일 일반적인 신념이 병역거부로 인정된다면 어느 기준까지 정당행위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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