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민 대전 둔산경찰서 갈마지구대 순경

지난해 기준 국내 치매환자는 약 72만 명으로 65세 노인 인구 10명중 1명이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환자수’는 약 180만 명으로, 노인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경도 인지장애 환자 가운데 10~15%는 치매로 진행된다. 치매는 초고령사회의 어두운 그늘이자, 60세 이상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치매는 본인에게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가족들에게도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는 질병이다. 왜냐하면 국내 치매환자의 53%는 가족구성원이 간병한다. 치매 환자 보호자의 75%는 우울증을 경험하고, 32%는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으며,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을 줄이기도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볼수록 가족의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치매와 관련된 112신고도 상당수 증가했다. 치매노인 실종관련 신고인 경우에는 본인 인적사항이나 주소, 보호자 이름 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치매 환자 분 호적상 나이와 실제 나이가 다른 경우가 많아 정확한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많은 치매 환자분들 관련 신고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나의 마음속에 선명히 기억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사연인즉, ‘병원에서 치매 할머니를 보호하고 있다.’라는 112신고가 들어왔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께서 슬리퍼 차림으로 서성이시는 것을 보고 병원 보안직원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신 줄 알고 찾아 왔는데 할아버지도 안 계시고 주소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할머니가 기억하시는 건 단 하나 할아버지의 성함. 병원 측에 할아버지 성함을 토대로 현재 입원하고 계신지 물어보니 약 4년 전에 퇴원하셨다는 답변뿐이었다.

할머니께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다 보니 연세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와서 어렵사리 할머니 댁 주소와 자택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다. 댁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전화하였더니 전화를 받으신 할아버지께서 거동이 불편하셔서 병원으로 도저히 올 수 없으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할머니를 순찰차로 자택에 안전히 모셔드리고 결정하고 할머니 댁으로 출발하였다. 약 30여 분간 운전해 도착한 할머니의 자택은 오솔길을 따라 5분정도 가야하는 산속 허름한 오두막이었다. 댁에 도착하니 등이 굽으신 할아버지께서 할머니를 보며 반기시고 할머니께서는 "우리 할아버지가 입원했어요. 자주 아파요"라며 계속 할아버지 걱정만 하셨다. 오두막에 사시는 두 분 사랑을 보며 치매가 어서 극복되길 바라며 산길을 내려왔다.

지금도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오는 2050년에는 세계 치매인구는 1억 3000만 명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치매 국가책임제를 발표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국민 모두가 힘써 노력하고 극복해야 할 숙제임은 분명하다. 치매도 막지 못한 노부부의 사랑처럼 우리 모두가 치매를 극복하는 그날이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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