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왕은 나이가 많았고 머지않아 죽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백성들에게 새로운 왕을 정하게 한다. 멋진 갈기를 가진 금색 사자는 자신이 당연히 왕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백성들에게는 이미 마음씨가 곱다고 소문난 은색 사자가 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었다. 초조해진 금색사자는 은색사자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한다.

‘그 소문 들었어?’는 작사가이자 시인이자 그림책 작가인 하야시 기린의 창작동화이다. 강렬한 빨간색 표지에서 황금색 갈기를 가진 사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언가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소문 들었어?'라니, '무슨 소문?'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호기심을 가지고 첫 페이지를 넘겨보면 ‘이게 과연, 동화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이야기일까?’라는 물음이 눈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 자연스레 떠오르는 구절이다.

사실 ‘그 소문 들었어?’의 번역 전 서명은 ‘二番目の?者’(두 번째 악인)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첫 번째 악인이 아닌 두 번째 악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60페이지 남짓의 이 짧은 동화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누구나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소문을 만들어낸 사람과 확인 없이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 있다. 이 중에 더 잘못한 사람을 고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문을 만들어낸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 덜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소문 들었어?’를 읽고 나면 누가 더 잘못했고 덜 잘못했는지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소문’이 있다.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애써 확인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연예계에서, 회사에서, 학교에서, 일상생활에서까지 우리는 소문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러나 누군가를 미워해서 악의적으로 소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악의는 없지만 책임감도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쩌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로 금색 사자만 잘못한 걸까?’(p.56)

살면서 한번이라도 그 소문의 당사자이거나 소문의 전달자였다면, 이 책은 그 어느 책보다도 반성을 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쉽게 넘길 수 있는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저자가 만들어 낸 숙제 같은 작품이다.

김민희(서산해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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