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장 술 강요에 당직 휴무 줄이는 등 ‘갑질’ 주장까지

공주소방서가 최근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자숙하고 반성해야할 간부직원들이 술자리까지 가져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서장의 술 강요 등 '갑질' 주장까지 나오면서 관리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공주소방서 전경. 공주소방서 제공

공주소방서가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홍역을 앓는 등 전반적인 관리 및 지휘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소방서를 이끌고 있는 서장의 술 강요와 당직 휴무 조정까지 ‘갑질’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면서 운영실태 전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방서는 최근 직원 간 성추행 사건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최근 잘못된 술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한 사회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3차까지 진행되는 술자리에서 여성 직원의 신체를 접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해당 간부직원은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고, 피해 여직원은 스트레스 등으로 한동안 출근을 하지 않는 등 소방서 분위기는 뒤숭숭한 가운데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는 상황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방서 간부직원들은 또다시 술자리를 가졌다. 직원들의 도덕적 헤이로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판에 서장의 주도로 술판을 벌인데 이어 술을 강요까지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소위 ‘갑질’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당시 모처에서 진행된 술자리에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강요당하고, 심지어 화장실도 못 가게 막고 ‘서장이라면 어떻게 소방서를 이끌고 나갈 것인지’에 대한 건배사까지 강요받는 등 한동안 옴짝달싹 못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서장의 술 강요는 물론 당직 후 당연히 쉬어야할 휴식권까지 무시해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서장의 지시로 당직 후 휴무를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장의 스파르타식 운영은 직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최근 한 직원이 명퇴한 것도 이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또 이번 성추행 사건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다보니 엉뚱한 곳에서 터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금의 서장 부임 이후 훈련이 부쩍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직원들뿐만 아니라 의용소방대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의용소방대원들의 경우 수시로 이어지는 소방훈련 때문에 아우성이다. 특히 최근 농번기를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훈련 참여를 독촉 받으면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과중한 업무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 때문인지 충남도소방본부가 감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솥밥을 먹는 직원에게 어떻게 내부의 잘못을 까발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으로, 내부 불만을 제대로 수렴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또 성추행 사건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당사자 간 합의가 있었다하더라도 직무고발을 했어야 했다는 의견으로, 사표를 수리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과 함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반적인 관리 및 지휘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과 술 강요 등 ‘갑질’ 주장에 대해 A 서장은 “당시 술자리는 간부직원들이 모범을 보여 더 잘해보자는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최근 술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은 직원들도 여럿 있다”면서 “당직 후 휴무는 권고 후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것으로 대체휴무 등 직원들의 휴식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소방서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실전과 같은 훈련반복은 꼭 필요한 일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5개 센터가 돌아가며 1주일에 한 번씩 훈련을 진행하는 만큼 3주에 한 번 꼴의 훈련을 어렵다고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직원 성추행과 관련해 충남도 해당부서는 고문변호사 자문 등을 거쳐 매뉴얼에 따라 사건을 종결짓고 사표를 수리한 만큼 직무유기라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내부 불만에 대한 의견 수렴과 관련해서는 도소방본부 감찰실에 여러 차례 전화를 넣었지만 연락이 닿질 않았다.

공주=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