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8일=비가 온다. 비가 오면 원래 집에서 쉬는 게 최고였다. 창문을 열고 빗방울이 유리창을, 나뭇잎을, 아스팔트 바닥을 때리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았다.

대학생 땐 비가 오면 자체휴강을 통해 비오는 날의 소소함을 느꼈지만 회사원이 된 지금은 꿈도 못꾼다. 그냥 비 온단 이유로 술을 마시러 간다. 비가 오면 비와서. 비가 안 오면 날씨 좋아서. 미세먼지 있으면 목이 칼칼해서. 온갖 이유를 대며 술을 마신다.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인가보다.

비 오는 날, 역시나 친구녀석들로부터 전화가 불티나게 온다. 평소엔 바빠 안부전화 하는 게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서로 안부를 전한다. “비오니까 막걸리나 한잔 하자”라는 말로 잘지낸다는 걸 포장한다. 서로 술자리에 마주 앉으면 남사스럽게 “어떻게 지냈냐”도 묻질 않는다. 그저 빈 잔을 서로 채운 뒤 파전을 우적우적 씹는다. 그거면 서로 잘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니까 말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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