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 69세…재직 중 44세, 정신과 진료 4년새 10배 급증/소방관 처우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묶여

 참사 현장에서 소방관은 ‘영웅’으로 추앙되지만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1월 9일 소방의 날’이 씁쓸한 이유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비롯한 처우 개선 법안들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소방관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다친 소방관은 50명에 이른다. 연평균 12.5명꼴이다. 구급 활동과 화재를 진압하다 부상한 소방관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더불어 소방청의 특수건강진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소방관은 전국적으로 4만 3020명이고 이 중 62.5%인 2만 6901명이 난청·폐 손상 등의 유소견 또는 요관찰 진단을 받았다. 소방관 10명 중 6명 이상이 건강 이상을 안고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일반 근로자 건강 이상 비율의 2.8배에 달한다. 특히 소방관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관련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관련 지원에 나서자 정신과 진료 건수는 2012년 484건에서 2016년 5087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소방관의 평균 수명은 69세(재직 중 44세)로 공무원 직군 가운데 가장 낮고 평균 수명은 82세로 가장 오래 사는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과 13세나 차이가 난다.

소방관의 업무가 과중하고 이 같은 현실에 맞는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해애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소방단체총연합가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방정책 및 현안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과 관련해 국민 10명 중 7명(71.1%)이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찬성했다. 특히 소방관의 처우가 열악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중에선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찬성 비율이 86.6%에 달했다.

그러나 소방관 처우 개선의 핵심인 국가직 전환을 비롯한 각종 처우 개선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에선 장비 부족보다 인력 충원이 더 시급하다.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무늬만 국가직이 아니라 인사와 예산, 지휘권 등도 국가가 관리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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