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자기소개서 표절 불합격
2018학년도 1406명 대입 탈락 고배
지역선 본인 자소서에 발목잡히기도

자기소개서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해본 적이 많지 않은 이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자소서 표절로 대입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매해 느는 것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애먼 피해를 보는 경우까지 발생하면서 한계를 절감하는 청년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대학에서 자소서 표절로 불합격 처리된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학에선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활용해 자소서와 다른 글이 30% 이상 비슷하면 레드(위험), 5~30%면 옐로(의심), 5% 미만일 경우 블루(유의)로 분류하는데 날이 갈수록 표절 의심 사례가 늘고 있다. 블루의 경우 2016학년도 42만 6913명, 2017학년도 46만 8562명, 2018학년도 54만 6889명으로 매년 증가했고 옐로도 2016학년도 1256명, 2017학년도 1329명, 2018학년도 1364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레드도 2016학년도 108명, 2017학년도 173명, 2018학년도 162명 등 전반적으로 늘었다.

대학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표절이 의심되거나 확실한 지원자가 2016학년도 109개교에서 42만 8077명 중 1364명이 옐로 이상으로 분류돼 이 중 1261명이 불합격 처리를 받았다. 2017학년도에는 122개교, 47만 64명 중 1502명이 옐로 이상을 받아 1390명이 탈락했다. 2018학년도에도 증가세는 여전했다. 130개교, 54만 8473명 중 1537명이 옐로로 분류, 1406명이 불합격하는 등 최근 3년간 자소서 표절로 대입 관문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대전 A 대학 관계자는 “누군가의 자소서를 참고해 써도 걸린다”며 “보여준 사람, 표절한 당사자 모두 유사도 검색에 걸리게 돼 대학 표절심의 절차에 따라 당사자는 물론 보여준 이도 조사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에서는 자신이 쓴 자소서에 발목잡히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대전 B 특성화고 졸업 후 지난 2015년 취업한 김 모 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취업에 사용한 자소서를 후배들을 위해 참고용으로 제공했다. 그러던 중 김 씨가 올해 야간대 입학을 위해 이 자소서를 학교에 제출했는데 “지난해 입학한 학생의 자소서와 유사도가 너무 높아 그에 따른 소명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후배가 그의 자소서를 이용해 대입에 성공한 것이다. 김 씨는 결국 야간대 입학의 꿈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학생에게 해결을 요구했으나 미안하다면서도 자신도 비슷한 활동을 했고 사과했으니 문제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자소서가 정답있는 시험처럼 여겨지면서 남에게 알려주거나 베끼는데 거리낌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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