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가족 종사자는 1년새 1.6만명 늘어
도·소매업 근로자 3.6만 명↓ 역대 최대폭 감소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가족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곳도 늘어 전체 자영업자 수가 지난 2013년 통계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7일 오후 7시 대전 중구에 위치한 고깃집을 찾았다. 예전 같으면 손님으로 북적거려야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빈 테이블이 많이 보였다. 자리에 앉자 식당주인 이 모(52) 씨는 반갑게 다가와 “장사가 안 돼서 문 닫고 막 들어가려던 참인데…오늘 여기가 마지막 손님이다”라고 말끝을 흐리며 주문을 받았다. 올해부터 아들, 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이 씨는 “자식들이 일을 도와주고 있어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고 있지만 너무 힘들다”며 “이렇게 줄일 건 다 줄였지만 근근이 버티는 수준이다. 갚아야 할 대출도 많아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지난 8월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등 우회적인 지원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실제로 그 혜택은 피부로 와 닿지 않고 있다”며 “근무시간도 단축되니 오는 발길도 뚝 끊겨서 정말 가게문 닫아야 할 판”이라고 탄식했다.

대전 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 모(49) 씨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최 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저녁시간에는 아들이, 심야시간에는 노모가 돕고 있다. 그는 “올 초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을 땐 어머니가 직접 나오셨고, 임대료가 올라 운영이 어려워지자 올 여름부터는 아들이 가게를 봐주고 있다”며 “한창 취업을 준비해야할 아들이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려는 게 대견하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 같아선 가게 빚을 청산하고 사업도 그만하고 싶다”라면서도 “현재로는 편의점이 유일한 가계수입원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문 닫는 자영업자가 늘어나 전체 자영업자 수가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비임금근로자는 686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만 6000명(0.5%) 감소했다. 지난해 4000명 늘었던 취업자 중 비임금근로자의 비중은 25.5%로 0.1%포인트 하락해 올해 다시 감소로 전환했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 가족의 사업체·농장 경영을 무보수로 돕는 '무급가족 종사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히 도·소매업 비임금근로자는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올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143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3000명 줄어 3.6% 가량 감소했다. 무급가족 종사자 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늘었다. 무급가족 종사자는 118만 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인 1만 6000명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직원을 줄이고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체 자영업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돼 도·소매업이나 제조업 위주로 한계에 있는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