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정화장치 전국 29%·대전 15% 불과
그나마 면적 넓은 강당은 설치 언감생심

학교 현장이 초미세먼지 앞에 속수무책인 상태다. 강당은 물론 교실마저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지 못하는 학교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맡긴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지만 공기정화장치 설치에 적잖은 비용이 소요돼 교육당국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활동량이 폭주하는 강당은 언감생심이다. 

연일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및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교실이나 강당에서 체육 수업을 대체하는 학교가 대다수이지만 실내 공기정화장치 설치율은 저조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 27만 1305개 교실 중 29.1%인 7만 8953곳에만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다. 대전의 경우 전국 평균의 절반인 1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활동량이 많은 초등학교에선 공기정화장치 설치계획만 있을 뿐 여전히 미세먼지에 방치된 채 수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 A 초교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교실이나 강당에서 체육 수업을 하지만 아직까지 교실과 강당에 공기정화장치는 설치돼 있지 않다. 조만간 설치할 예정”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크다. 3학년 아들을 키우는 최 모(40·여·대전 동구) 씨는 “실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공기정화장치 없이 강당에서 뛰어다니며 수업을 하면 밖이나 안이나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은 더 깊다.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5살 아들을 둔 이 모(36·여·대전 동구) 씨는 “아이가 활동하는 좁은 실내의 창문만 닫는다고 해서 미세먼지를 모두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좀 더 넓고 쾌적한 장소를 마련하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교육당국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당은 교실과 달리 면적이 넓어 이런저런 제약이 따르는 탓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내 체육시설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된 곳은 아직 없다. 강당은 면적과 높이를 고려할 때 장치를 설치한다고 해도 여러 대가 있어야 효과가 생긴다. 설령 설치한다고 해도 필터 교체와 같은 부담도 수반된다”고 여의치 않은 상황은 전했다. 

강당만 설치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관내 학교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전시교육청의 경우 교실 내 정화장치 설치를 서두르고 있는 게 위안거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실 공기정화장치 설치는 관련 업체와 계약을 추진하는 중이지만 강당은 설치 비용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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