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기자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한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나를 결정했다. 슬퍼하며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사는 삶 보다는 남아있는 순간을 열정적으로 음악을 만들며 살 것이다. 나는 뮤지션이다.”

최근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음악을 남긴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 역으로 분한 라미 말렉의 명대사 중 하나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던 프레디가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것을 멤버들에게 고백하면서 내뱉은 대사는 죽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끝까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 감동을 주고 있다.

“별이 총총히 빛나는 밤, 당신의 팔레트를 파랑과 회색으로 물들이고 여름날 밖을 보아요. 내 영혼의 어둠을 알아보는 그 눈으로~ 중략~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을. 그리고 당신이 온전한 정신을 찾으려 얼마나 고생했는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들은 들으려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듣지 않고 있죠. 아마도 영원히 듣지 못하겠죠.”

돈 맥클린이 72년 발표한 히트작 ‘빈센트(Vincent)’ 가사다. 예술가로서나 한 인간으로서나 불행하게 살다간 위대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정신을 회상하면서 현대의 부조리와 불합리성을 읊조린 노래다. 고흐의 삶 또한 ‘러빙 빈센트’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퀸과 돈맥클린의 음악이 주는 감동은 무엇일까? 프레디와 고흐의 삶이 우리이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스스로의 존재와 삶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꺼지지 않는 불타는 예술혼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그 자체로 위대한 유산이다.

최근 옛 공주의료원 활용방안을 놓고 목하 고민 중으로, 시민공론화위원회는 세 차례 논의 끝에 건물을 철거키로 했다. 절차는 거쳤지만 왠지 찜찜하다. 형식은 시민의견 수렴이지만, 결론은 공주시가 내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잠정중단 등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무시하고 강행했다는 점에서 형식적 절차라는 비판이다.

시민들의 의견이 담겨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감흥은 없다. 그 과정이 감동적이지도 않다. 어떻든 공론화위의 이번 결정으로 66억 원을 주고 사들인 옛 공주의료원 건물은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됐고, 수십억 원의 시민혈세가 날라 갔다.

건물 철거와 발굴조사 후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또다시 논의해 나가기로 했지만 50년 후, 100년 후를 내다보지 못하는 결론이어서는 곤란하다. 공주의료원이 지어질 당시도 지역 문화계 인사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강행돼 지어진지 42년 만에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공주의료원 이전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2007년부터 10년을 허송세월한 공주시의 뒷북행정도 문제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내내 무심하다 코앞에 닥쳐서야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잘 될 일이 없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자. 당장의 이익을 쫓기보다 먼 미래를 보고 나아가자.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치열한 고민을 통해 다음세대에게 위대한 유산을 남길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자.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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