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방민호 교수 청춘 힐링메시지 전달
배움·성찰 경험담 소개하며 삶의 의미 공유

“소설을 쓸 때는 큰 줄거리를 만들어 놓고 시작합니다. 그 안에는 자기가 생각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굳은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글의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이는 살아가는 데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지난 9일 대전 청춘너나들이에서 열린 청년 힐링 토크콘서트에서 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로 이름을 알린 방민호 서울대 교수가 대전지역 청년들에게 문학을 통한 삶의 방식을 조언했다. 지난달 19일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이번 행사에는 경쟁사회에 지친 수많은 청년들이 모여 방 교수의 소설 속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마음의 휴식과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전청년힐링 토크콘서트가 9일 대전 청춘너나들이에서 열려 서울대 방민호 교수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문학을 통한 삶의 방식 등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이해와 창조적 활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대전시가 주최하고 대전경제통상진흥원이 주관했다. 전우용 기자

 “세상 요구에 따르는 삶은 결국 인생의 독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 찾아야"

“곤충이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태(變態)하듯 인간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시련을 통해 변태합니다. 마음의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죠. 변하지 않으려고 하면 원래 가진 좁은 틀에 갇혀버립니다. 청년들에게는 변화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바뀌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 많은 청년들은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을 배경으로 무대에 올라선 방 교수가 전하는 이 시대 청년의 삶이 녹아있는 소설 속 이야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현실에 대한 이해와 창조적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대전시가 주최하고 대전경제통상진흥원이 주관한 ‘청년을 위한 토크 콘서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고 하는 사이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1. 소설 ‘연인심청’에 녹아든 삶의 아이러니

방 교수는 1994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 당선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해 다수의 비평집을 출간했다. 2001년부터는 시를, 2012년부터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장편 소설인 ‘연인심청’은 고전소설로 잘 알려진 심청전을 요즘 젊은 세대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다. 하늘 궁궐의 유리 선녀와 유형 선관은 서로 사랑했지만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지상계로 추방된다. 고려시대 서해도 황주 도화동에서 환생하지만 남녀로는 사랑할 수 없는 벌을 받은 터라 유형은 아버지 심봉사로, 유리는 딸 심청으로 다시 만난다. 심청은 명망 있는 가문의 서자 윤상과 사랑에 빠진다. 훗날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은 왕비로 부활한다. 심청은 심봉사와 윤상이 위기에 빠진 순간 아버지의 육신과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일이 운명이라면서 윤상 대신 아버지를 택한다. 방 교수는 청년들과의 대화를 통해 소설 속 삶의 지혜를 전하면서 제작 과정의 비화를 소개하면서 그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했다.

“소설은 삶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여주는 것도 삶을 제시하는 방식이고 세상에 대한 저의 생각을 쓴 겁니다. 주인공인 심봉사의 인간됨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말이죠.”

심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20여 년에 이른다. 판소리계 소설을 현대화한 채만식 연구를 박사논문으로 쓴 방 교수는 소설을 통해 현대인의 욕망을 드러내 보여주고자 리얼리즘 시각을 확장시켰다. 소설 창작 과정 역시 독특했다. 방 교수는 왼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오른손 검지로 자판을 꾹꾹 눌러 4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완성했다.

“사람들은 법, 제도 이전에 세상을 바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순수와 도덕을 즐겨 택하지 않습니다.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것을 택하긴 어렵죠. 소설을 쓰면서 심청이처럼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2.  청춘에게 전하는 ‘대전 스토리, 겨울’

대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방 교수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난과 이를 통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짚어가며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했다. 방 교수는 서울대에 가기 전까지 대전에서 초·중·고를 보내며 작가의 꿈을 키워왔다.

소설 ‘대전 스토리, 겨울’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2014년을 배경으로 대전과 서울을 오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을 산 청년들이 투영된다.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그 뒤편에,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몇 가지 계기가 있었어요. 문학을 하기 위해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굶는 과’를 간다고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죠. 학교를 진학한 후 2학년이 됐을 때 잘못된 세상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줄곧 길거리에서 시위하며 대학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유치장, 구치소, 교도소를 차례로 돌기도 했죠. 물론 후회하진 않습니다. 삶에 대한 나름의 열정이었으니까요.”

방 교수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 저마다 시대적 문제도 부여했다. 소설속 남자 주인공 이후는 34살의 늙은 대학원생이다. 과외나 시간강사 일을 하면서 근근이 먹고 산다. 이상을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고통 받는다. 이후의 모습은 이 시대 청년들이 갖는 우울과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 여자 숙현은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지만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마음의 공허를 앓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대전 여자 보영은 늘 삶의 순수를 지키기 위해 애쓰며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을 대변하고 있다.

“소설 속에는 대전에 실재하는 식당과 건물, 지명이 등장합니다. 대전역과 중앙시장, 목척교, 광천식당, 소나무집, 카페 쌍리, 옛 충남도청사, 보문산, 동학사, 홍명상가, 중앙데파트, 유성호텔… 지역에 실제로 있는 식당이나 건물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라진 추억의 장소까지도요. 이 소설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뿐만 아니라 대전에 선사하는 이야기이도 합니다.”

 

#3. 진정 행복한 삶, 건강한 청춘

방 교수는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여러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대전에서 열린 청년힐링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요즘 취업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학과 수업, 전공 공부보단 취업공부에 몰두한 지 오래 됐는데 그렇게 해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그래도 포기해선 안 됩니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요즘 청년들은 대부분 정해진 코스에 따라 시간을 쓰는 것 같은데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취업공부 열심히 해서 스펙을 쌓으면 물론 취업엔 도움이 되겠죠. 그러나 그게 행복한 삶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게 과연 행복한 삶일까요?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게 청춘의 본질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면 이는 반드시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청춘의 모든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또 하나, 우리는 정(情)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친애하는 마음과 부모가 자식의 아픔을 걱정하며 동정하는 마음, 이것이 마로 유정한 세상, 정이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렇게 노력해야 건강한 청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글=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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