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 기리기 위한 시민들, 서대문독립공원 찾아
곳곳에 뼈아픈 역사 잊지 않으려는 다짐도

서대문형무소에 지난 10일 시민들이 찾아 관람하고 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고초를 겪으며 이룬 광복과 지난 역사를 배우고 있다. 송승기 기자
지난 10일 서대문독립공원을 찾은 참배객들이 독립관에서 헌화대에 꽃을 올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독립관에는 고혼을 위령하고자 3000여 위를 봉안하고 있다. 송승기 기자

‘많은 죄수가 앉아 있을 때엔 마치 콩나물 대가리 나오듯이 됐다가, 잘 때에는 한 사람은 머리를 동쪽 한 사람은 서쪽으로 해서 모로 눕는다. 그러고도 더 누울 자리가 없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일어서고, 좌우에 한 사람씩 힘이 센 사람이 판자벽에 등을 붙이고 두 발로 먼저 누운 자의 가슴을 힘껏 민다. 그러면 누운 자들은 "아이구, 가슴뼈 부러진다"라고 야단이다’ (김구, ‘백범일지’ 中)

백범 김구 선생이 저서 ‘백범일지’에서 서대문형무소 생활을 표현한 대목이다. 오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앞두고 지난 10일 찾은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앞에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슬픈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서대문독립공원에는 조국 광복을 위해 일제에 항거하다 장렬히 순국하신 선열들을 추모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아이들 손에는 크고 작은 ‘태극기’들이 쥐여져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선생님에게 독립의 의미를 듣는 어린아이부터 순국선열을 참배하기 위해 온 청년들, 독립운동을 하다 함께 고초를 겪었던 동지를 기억하기 위해 온 백발의 노인까지 대다수 시민들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독립공원입구역에 내리면 우뚝 서있는 독립문이 맞는다. 문의 정면과 뒷면에 있는 현판석에 각각 한글과 한자로 ‘독립문’이, 좌우에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 국권 회복을 위해 신명을 바치신 순국선열의 위패가 봉안돼있는 독립관이 나온다.

이곳에는 고사리 손으로 헌화대에 꽃을 올리며 묵념하는 아이와 눈물을 훔치며 독립투사의 이름을 외치던 노인까지 다양했다. 손자와 같이 왔다는 이 모(86) 옹은 “독립운동을 하다 죽은 사촌형이 생각나 찾았다”며 “여기에 온 것만으로도 형이 날 반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대문형무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취조실, 고문관 등 선열들의 고된 옥살이가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다. “이분들이 있어 지금 우리가 있는거야. 잊지 말자”, “어찌 이런 곳에서...” 등의 숨죽인 대화소리가 들렸다. 친구들과 함께 순국선열의 날을 일주일 앞두고 방문했다는 최 모(17) 군은 “지금껏 교과서에선 안 나오는 현장을 형무소에 와서 느끼고 있다”며 “독립운동가들이 이렇게 고통받으며 조국을 지켰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숙연해했다.

옥사 안으로 들어가니 지사들의 문구들이 빼곡히 적혀있었고 바로 옆에는 돌아가시기 전 인터뷰한 말들이 나왔다.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숙연한 분위기였다. 특히나 고 이병희 지사의 글을 보면 쉬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독립운동을 하려면 목숨을 내놔야지. 나라를 구하려거든 죽을 각오해야했다’는 짧지만 강한 한마디가 가슴팍을 울린다.

글·사진=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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