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제 측근에게 채찍을 가하는 일은 너무도 어렵다. 제3자들은 쉽게 말할지 몰라도 당사자라면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다. 그러나 곪은 살은 수술로 도려내지 않으면 목숨을 위태롭게 하기 마련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지난 지방선거 때 불거진 당내 불법행위에 대한 처리 문제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문제는 말썽을 일으킨 두 인물이 하나같이 당내 기여도가 큰 유공자란 점에서 출발한다.

민주당 시당은 그들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파렴치하고 당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수 있는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온정주의를 과감히 벗어던지지 못하고 당 차원에서 그들에게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 여론이 비난을 가하기 시작하고 검찰에 의해 당사자 두 명의 구속이 결정되자 민주당 시당은 뒤늦게 윤리심판원을 열고 스스로 당을 떠난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한 명에 대해 제명 처분을 내렸다.

누가 봐도 모양새가 떳떳하지 못한 형국이다. 제 식구 감싸기를 하다가 검찰수사가 진행되며 공모 사실이 드러나자 그제 서야 제명이라는 징계를 내렸으니 누가 봐도 만시지탄이 느껴진다.

실상 내가 가족처럼 돌보던 수하사람을 법대로, 원칙대로 처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공당으로서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가뜩이나 민주당은 최근 계속되는 높은 당 지지도에 만취해 초심을 잃고 교만해지고 있다는 눈초리를 받고 있지 않은가. 틈만 나면 적폐를 청산해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외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하다가 뒤늦게 검찰의 구속 수사가 진행되자 사건의 핵심 인물을 뒤늦게 제명 처리한 것은 한발 늦은 조치이다.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기에 충분하다.

누군들 제 수족을 자르고 싶겠는가.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재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갈공명이 자신이 아끼던 마속의 목을 벨 때는 작은 희생을 통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울면서 아끼던 수하의 목을 베고 일벌백계 하여 군의 기강을 세운 제갈공명의 일화가 2000년 동안 세상에 회자되는 것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김소연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스캔들을 감추려 들지 말아야 한다. 환부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하는 수술을 하는 심정으로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런 과감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승리감에 도취돼 자만에 빠진 속물로 치부될 것이다. 시민들은 “결국 집권하고 인기가 치솟으면 스스로 적폐가 된다”고 쓴소리를 날리며 더 이상 그들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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