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자기 서사적 삶' 모색 강조
무료한 이에게 사르트르,카뮈의 조언이
불안한 그대에게 키르케고르의 위로가
"서사의 순간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신간·추천 도서] '실존주의자들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묻다' : 키르케고르와 기형도의 묘한 케미(?)

 

키르케고르

1. 자신이 읽고 싶은 철학자로 책 읽기 시작

언젠가 내가 존경하는 분에게 이런 물음을 던진 적이 있다. “도대체 키르케고르가 실존철학자인지 모르겠다.” 그러자 그분은 강한 긍정을 보이며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정처 없이 길을 걸었고 목적 없는 산책을 했다.

키르케고르, 무미건조했기 때문에 더욱 불안했던 나에게 그는 철학 교사라기보다는 고통의 동반자로 이해됐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허무, 죄, 벌, 죽음, 신, 우울한 정조라는 슬픈 상념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 나에게 키르케고르의 고전은 철학서가 아닌 힐링 에세이였다.

저자 역시 키르케고르를 실존 철학의 선구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힌다. 그의 텍스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종교인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키르케고르는 실존주의자가 아닌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키르케고르의 아버지는 순간의 욕정을 참지 못하고 한 여자를 범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키르케고르였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죄책감을 씻기 위해서 키르케고르에게 엄격한 종교 교육을 했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었고 성년이 된 키르케고르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당시 키르케고르가 겪었던 혼란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그가 감당했을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기는 힘들 것이다. 혼란 속에서 키르케고르는 방탕한 삶을 살았고, 세월이 흘러 만악의 근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2. 인생의 터닝포인트 : 질랜드(Zealand)의 사건과 사랑

저자는 키르케고르에게 질랜드 사건이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고 말한다. 키르케고르가 코페하겐을 떠나 덴마크인이 자주 찾는 질랜드 섬을 여행했을 때, ‘내면의 자신을 발견’이라는 ‘실존적’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데 레기네 올젠(Regine Olsen)과의 사랑과 파혼 역시 키르케고르의 실존철학을 추정하는 단서가 된다. 열렬히 사랑하던 여자에 대한 청혼과 약혼, 그리고 단 1년 만에 파혼 통보. 저자는 이 비극의 이면에 그를 평생토록 괴롭힌 ‘불안의 정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3. 흥미로웠던 부분 : 키르케고르와 기형도의 케미

(중략) ... 키르케고르의 이론은 과감히 생략하자. 내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을 하품하게 만들 수는 없다. 고등학교 윤리나 철학 시간에 간단하게 들었을 키르케고르의 실존의 3단계 중 ‘종교적 실존’ 한 번도 듣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간단하게 말해 키르케고르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삶의 형태라고 이해하자. 아담 이후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는 불안, 넘어 신에게로 향하는 단계다. 그런데 저자는 기형도의  ‘짧은 여행에 대한 기록’에서 ‘종교적 실존자’라고 말할 단서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형도 시인

 "나는 죄인이다. 나는 앉아서 성자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나에게 경배하러 오지 않았다. 오히려 내 육체에 물을 묻히고 녹이 슬기를 기다렸다. (…) 내가 거듭 변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거듭 변하기 위해 나는 지금의 나를 없애야 한다. 그것이 구원이다."

이 시(詩)에서 나타난 기형도의 '자기부정'을 통한 구원이?"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한 신을 믿었던 아브라함의 삶과 상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형도의 회심은 오늘날 종교 회심의 시대에 낯설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윤리적 실존이 수반되지 않는 키에르케고르식의 종교적 실존은 의미가 없다고 밝힌다. 끝으로 키르케고르의 실존에 대한 '저자'의 일침을 들어보자.

“나는 그가 과연 자신이 말한 종교적 실존 B를 살았는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종교적 실존 방식의 진실성은 그 자신의 자기 판단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종교적 실존 B의 특수성이다. 권력으로서,제도로서, 가치로서 종교의 죽음 이후 사람들은 키에르케고르 식보다는 니체적 실존의 방식에 귀를 더 기울인다. 아 브라함이 된 내가 아니라 내가 된 나를 더 동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21세기화된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방식의 종교적 실존 B가 있을지도 모른다”

 

# 책을 읽고자 하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하지만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단어일 수도 있다. 저자는 ‘실존’을 비교적 쉽게 풀이했다. 누구라도 읽기에 무리 없는 책이다. 단, 책을 읽는다면 정독보다는 자신이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어쩌면 지금 당신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깊은 끌림일 수도 있으니...  

신성재 기자 ss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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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소개

 

실존주의자들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묻다

 

무료함과 의미 없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에게 사르트르와 카뮈가 말을 건다. 이와 정반대로 우리는 종종 알 수 없는 절망과 같은 불안, 극복하기 어려운 불안이나 자기 감금과 존재의 망각에 빠지기도 한다.

한계에 봉착한 이에게 야스퍼스는 양심의 목소리를 듣기를 권한다. 양심의 목소리를 듣고 자기 자신이 되려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바로 실존이다. 이 선택과 결정이 곧 실존으로서의 ‘자유’이다. 따라서 실존이란 곧 자유, 즉 자기 자신이 되려는 자유의 과정이자 운동이다.

끝으로 저자는 말한다. “자기 서사를 써내려가는 삶의 예술가는 의사처럼 무언가를 약속하지 않는다. 자기 서사는 과정의 연속이고 시도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예정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 발을 내딛는 순간, 자기 서사가 시작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처럼 늘 같은 것 같지만 다른 자기 서사의 순간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라고 ...

 

# 2. '저자' 이하준 소개 

이하준 교수

한남대학교 탈메이지교양교육대학 철학교수이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아도르노의 문화와 사회의 변증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에서 강의했고 연세대 철학연구소 전문연구원을 지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사회철학, 사회이론, 문화예술철학, 고전 교육 등이다.

저서로는 <고전으로 철학하기>(2017), <막스 호르크하이머-도구적 이성비판>(2016),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2016), <프롬, 사랑의 고수가 되다>(2014), <철학이 말하는 예술의 모든 것>(2013, 세종도서 학술부문 우수도서), <철학, 삶을 말하다>(2012), <호르크하이머의 비판 이론>(2011), <아도르노의 문화철학>(2007), <아도르노: 고통의 해석학>(2007) 등이 있다. 공저로는 <역사철학, 21세기와 대화하다>(2015), <문화운동과 문화이론>(2008) 등이 있다.

이외에 <아도르노의 카프카 노트>, <후기 호르크하이머의 아주 다른 것에 대한 동경의 사회철학>, <울리히 벡의 개인개념과 한국사회>, <예술의 사물화 비판과 예술의 공공성-아도르노와 듀이의 가상적 대화> 등을 포함해 50여 편의 학술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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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

1. 트렌드 코리아 2019 

2. 골드아워 1

3. 모든 순간이 너였다

4.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5. 골드아워 2 

6.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7. 돌이킬 수 없는 약속

8.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10. 수미네 반찬

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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