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함·풋풋함 자연과 꽃에 담아/치유의 수단이던 시, 삶으로

 

그대 불어 슬픈 날
뜻 모를 이야기
연꽃으로 피어오르면
방향 잃은 말들
물줄기로 흐르는 아득함

창틀을 타고 내리는 빗물
타버린 고기 한 점
술잔을 기울인 손이
허공에 맺혀 떨어지는

어둠에 흠뻑 취했을
벽 하나 덮고
익어가는 어깨 위로
털어내는 인연의 무게

마음 풀어 가만히
두고 가는 옛 자리
외돌아 내리는
노을 한 잎

외돌아 내리는 노을 한 잎 中

 

 

-----------------------------------------------------------------------------------------------------------------------------------

 시집 곳곳에는 ‘꽃’이 피어있다. 활짝 핀 꽃은 생기와 활기를 불어넣고 지는 꽃은 공허함과 슬픔을 남기듯 시 속에 등장하는 꽃도 마찬가지다.

꽃이 지닌 아름다움에만 그치지 않고 슬픔과 외로움, 씁쓸함 등 다양한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넌지시 위로를 건네며 상처를 보듬어 주려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어쩐지 ‘외돌아 내리는 노을 한 잎’(이든북)이라는 제목에서도 아련하고 그리운 감정이 먼저 느껴진다. 자연의 한 자락에 어우러진 시는 그렇게 치유의 산물로 되살아났다.

나이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외돌아 내리는 노을 한 잎’을 선보였다. 나 시인의 시 속에는 때 묻지 않은 깨끗함과 순수함을 지닌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다. 이는 자연 속에 그의 내면세계를 반영한 것이다. 즉 연꽃, 배꽃, 풀꽃, 목련꽃 등의 소박한 우리 꽃과 솔잎 향기, 자작나무, 낙엽, 봄날, 여울목 같은 자연의 한 자락 한 자락을 담백하고 진솔한 나 시인의 고백과 한데 어우러지게 해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다.

이로써 자연은 나 시인에게 있어 인생을 말하고 자신이 지닌 감정을 토로할 수 있는 매개체로 다시금 구현됐다. 자연과 꽃이 있는 풍경에는 색채가 입혀지기 마련이듯 그의 마음을 머금은 색감이 곳곳에 번져있다. 하얀 전설, 흰 구름 등 포용력을 상징하는 하얀빛으로 색칠하기도 했으며 옥빛, 까망처럼 뚜렷한 색채가 뿌려지기도 했다.

나 시인은 또 시 속에 짙은 소망과 회한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런 탓에 어딘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지는 그의 시를 통해 시인이 처한 상황과 가슴 절절한 외로움,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송백헌 문학 평론가는 “쉬운듯한 구절도 자세히 음미해보면 그 속에 또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이를 시적 용어로 모호성이라고 한다”며 “본질을 파악하고 시를 창작하는 숙련된 시인이다”고 평가했다.

시집 ‘외돌아 내리는 노을 한 잎’은 1부 꽃사래, 2부 찬바람 불면, 3부 흔들리는 빛으로, 4부 수직선 어디쯤 모두 4부로 구성돼 75편의 시를 담고 있다. 나 시인은 ‘문예사조’로 등단해 지난 2013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들국화 행기 속에’를 펴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대전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대전시인협회, 창작산맥, 대전문인총연합회, 문학사랑협의회, 대전여성문학회 등 다방면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