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성 짙은 향토적 소재/불교적 심상이 주는 깨우침

 

 

산이 내려와
마을을 기웃거리는
거기
날고 싶은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솟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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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토성이 짙게 밴 소재들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날고 싶은 새 한 마리’(오늘의 문학사)에도 전통성을 머금은 풍경들이 속속 등장해 옛이야기 같은 서정성을 자아낸다. 짧은 시가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는 재치와 해학이 풍부하게 담겨 친근감이 느껴지는 대상들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하기도 하고 때론 깨우침을 주는 듯 결코 가볍지 않은 심오한 내용까지 담고 있어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채운 양동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날고 싶은 새 한 마리’를 펴냈다. 그간 사설적 요소로 시를 빚어내던 시의 특징과 달리 ‘솟대’, ‘유리창 열며’, ‘삼월 삼짇날’ 등의 작품처럼 비유와 이미지를 생성해 단형적인 형태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향토성이 느껴지는 앞마당 감나무, 닭서리, 장작불, 동구나무 평상과 같은 단어들까지 재치 있게 담아내 친근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한편에서는 불교적 심상이 가미된 시도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작품 ‘문’을 통해 담이나 벽처럼 경계가 될 법한 살피를 허물고 자연과 조우하는 물아일체를 선사해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깨달음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리헌석 문학평론가는 “양 시인은 현장의 상황을 예술적 자산과 지향을 종합적이고 단형적으로 작품에 투영시킨다”며 “자연의 환호와 함께 신명나는 세상을 작품에 담아 오래 간직하고자 순간의 깨달음과 감동을 작품화해 독자들과 공유하고 문학적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집은 1부 앞마당 감나무, 2부 닭서리, 3부 마네킹, 4부 마른번개, 5부 민들레, 6부 만인산 호떡, 7부 조류독감 모두 7부로 구성돼 76편의 시를 담아냈다. 국악인이자 화가로 저명한 양 시인은 지난 1978년 KBS 민요잔치에서 입상했으며,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또 문학 전문지 ‘문학사랑’의 시 부문 신인 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서 등단, 2015년에는 첫 시집 ‘다시 산이 된 다랑논’을 발간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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