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조절 T세포가 염증 악화시키는 도움 T세포로 변하는 이유 찾아 / 면역 세포 치료제 개발 기여

 
조절 T세포 특이적인 Id2 과발현 시, 암 조직의 증식 억제 모습. IBS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포스텍 연구진이 조절 T세포(Treg)가 염증 상황에서 염증 억제 기능을 잃어버리는 이유를 찾았다.

연구진은 Id2 단백질 발현이 증가하면 조절 T세포가 염증성 도움 T세포(Th)로 변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자가 면역질환과 암에 걸린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실제 조절 T세포의 발현을 Id2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9일 자에 게재됐다.

우리 몸을 지키는 다양한 면역세포들 중 조절 T세포는 과민한 면역 반응을 억제해 면역 균형을 유지한다. 다발성 경화증이나 류마티스염 같은 자가 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선 조절 T세포의 수가 줄거나 기능이 저하된 양상이 나타난다.

설상가상으로 염증 환경에선 이미 존재하는 조절 T세포도 기능을 상실하고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키는 염증성 도움 T세포로 형질이 변해버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연유로 조절 T세포의 형질이 바뀌는진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이에 많은 연구진들은 조절 T세포의 가소성 제어가 면역 세포 치료제 개발의 열쇠라 예측한다. 자가 면역반응을 억제하거나 항암 면역을 강화하는 등의 기능이 조절 T세포의 가소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임신혁 교수(포스텍 생명과학과·융합생명공학부)와 디파얀 루드라 연구위원 연구팀은 정상적인 조절 T세포와 기능을 잃어버린 조절 T세포 사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 Id2 단백질을 가소성 조절의 후보 물질로 예측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다발성 경화증 및 천식 알레르기 등 염증성 질환에서 조절 T세포가 면역 억제 기능을 잃고 오히려 염증을 매개하는 Th 17 T세포로 변환될 때, 전사조절 인자인 Id2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Id2가 Foxp3 전사조절 인자 발현을 저하시킴으로써 조절 T세포의 가소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절 T세포에서 특이적으로 Id2를 과발현한 실험군의 염증 정도도 관찰했다. 실험군에선 다발성 경화증 증상이 심해지고 조절 T세포가 Th 17 T세포로 변환되는 정도가 커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가 면역질환에서 나타나는 유사한 증상들도 나타났다. 피부, 폐, 간 조직에 과도하게 침투한 림프구로 인해 조직이 파괴되거나 염증 반응이 심해진 것이다. 림프 조직이나 비장에서도 조절 T세포의 발현이 유의미하게 감소된 반면 활성화된 면역 T세포의 비율은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암 환경에서의 조절 T세포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조절 T세포는 실제 암세포 주변에서 도움 T세포의 면역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환경에선 자가 면역질환과는 반대로 조절 T세포의 수가 줄고 기능이 적어져야 항암 효과가 발휘된다. 연구진은 피부암에 걸린 생쥐를 대상으로 Id2 발현을 증가시키는 조절 T세포를 유도한 결과, 흑색종의 크기가 대조군에 비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면역 억제 기능을 갖는 조절 T세포의 가소성을 조절하는 주요 인자인 Id2를 찾고 작용기작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임 교수는 “Id2 발현을 선택적으로 조절해 조절 T세포가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자가 면역 및 암 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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