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내신 관리 못 미덥다”
정시 비중 늘리자는 의견도
지역 일부 전자기기 제재 미흡

시험지 유출사건에 대한 파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 가운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시험지 관리 및 고교내신을 둘러싼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숙명여고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이 지난 12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지역 학부모들에게도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2 딸을 둔 학부모 이 모(대전 동구) 씨는 내신 관리를 위해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이번 사건이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할 내신 점수가 허술한 방패막에 뚫려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 까닭이다.

이 씨는 “내신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드러내는 표본이라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잠도 줄여가며 노력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할 교사가 자신의 딸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양심적이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을 보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시험지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정시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학부모 김 모(대전 동구) 씨는 “학교 성적은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며 “신뢰성이 의심 가는 상황에서 내신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수능과 적절한 비율을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교육부에서 2372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 시험지 평과관리실태 전수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2372개교 중 823곳(34.6%)에 CCTV가 없었다. 이중 대전과 세종에는 감시카메라가 모두 설치돼 있었지만 충남에서는 117개교 중 44곳이 출입자를 확인할 만한 장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평가지 인쇄기간 중 인쇄실에 휴대전화 등의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 여부’ 항목에서는 세종 17개교 중 17곳 모두, 충남은 117개교 중 7개교가 전자기기 금지 조취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으며 ‘이중잠금장치 보관장 이용 및 경비시스템 여부’에서도 세종 17개교 중 3개교, 충남 117개교 중 9개교가 미흡했다.

또 채점단계에서의 ‘별도보관장소 여부’ 항목에서는 세종 17개교 중 17개교, 충남 117개교 중 5개교가 별다른 보관 장소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무실 출입 통제 여부’에서도 대전 1개교, 충남 4개교는 통제하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일선 학교에서 CCTV를 계속해서 보완·설치하고,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학부모들의 불신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당국도 이 같은 문제 해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각 시도에서 공동대응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학교정기보완관리를 하고 있다”며 “학교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CCTV만으로는 불안해하는 학부모를 위해 대다수의 학교에서 인쇄실을 이용할 때 평가담당자와 교과담당자가 함께 입회하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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