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대전과학기술대 신문방송주간 교수
전 대전MBC 보도국장·뉴스앵커

1993년 가을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트로트 가요가 큰 히트를 쳤다. "세상은 요지경?요지경 속이다?(중략)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짜가'는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가짜'를 '짜가'로 바꾸니 더 솔깃하게 들린다. 가짜 뉴스(Fake News)가 활기친다. 겉으로는 뉴스의 형태를 갖춘 '아니면 말고!'식의 흥미와 본능을 자극하는 황색 언론(yellow journalism)이라고 할까?

문제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짜 뉴스처럼 포장해 퍼뜨려 여론까지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윤리는 안중에도 없다. 무조건 맹신하거나 맹종하는 사람들은 가짜로 밝혀져도 인정하지 않는다. 가짜 뉴스 확산에는 그럴듯한 배경이 한몫을 한다. 사회가 진솔하지 못하거나 투명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 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은 교수 재직시절 자신의 저서에서 '유언비어 유포 죄는 그 사회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따라서 '짜가'뉴스가 퍼지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가짜 뉴스는 주로 SNS나 메신저 대화방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자기들만의 욕구를 채우려는 심리적인 면도 있다. 가짜 뉴스는 현재 진행형인 뉴스를 거짓으로 조작해 허무맹랑한 것이 많다.

'진실-거짓'을 가리는 한 지상파 프로그램이 있다. 방송국이 해답(?)을 밝혀야만 한 쪽이 가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짜가'뉴스는 당한 사람이 밝혀야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진실과 거짓의 모호함은 이 순간에도 널려있다.

명품 가방은 '유비통신'과 달리 실물도 있지만, 전문가도 '짜가'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1475년 이탈리아에서 '실종된 유아가 유태인에게 살해되었다‘는 유언비어로 유태인들이 수난을 겪었다. 요즘은 유치원 공공성강화 측면에서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거나, '처음학교로에 등록하면 폐원할 수 없다'는 가짜뉴스가 등장, 경찰수사 의뢰까지 할 정도다.

지난 8월,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여성 익사 사건도, 예멘의 난민들이 납치했다는 '짜가'뉴스가 SNS 상에 나돌았다. 김일성 사망설, 5.18 북한 특수군 개입설, 광우병과 세월호, 사드 괴담 등 수없이 많은 '짜가'뉴스가 전파되었다.

또,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 북한 현송월 처형설, 심지어 지난달에는 유튜브의 한 개인 방송이 고양저유소 화재 때 저유소 기름을 북한에 다 퍼주기 위해 따로 뽑아놓고 나서 화재를 일으킨 것이라고…. 기가 찰 노릇이다. 쌀값도 그렇다. 정부가 북한에 쌀을 다 퍼주는 바람에 지금 쌀이 없어 쌀값이 급등했다는 것! 이른바, 증권가 '지라시'라 불리는 출처도 없는 '짜가'뉴스도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다.

타깃 대상이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면 더 없이 좋은 먹잇감이다. 그럼에도 가짜 뉴스에 솔깃하는 것은, 가짜 뉴스 속에 거의 맞는 내용이 1%라도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속담이 있을까? 일반 광고도 가짜일 때가 비일비재하다.

'지하철 역에서 단, 5분!'이라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광고를 보고 현장을 가 보면 거짓, '뻥!'이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새벽에 신호등도 무시하고 시속 100㎞ 속도로 주행해도 도저히 갈 수 없다.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해 국회가 법을 만들고 정부가 단속을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단속은, 일탈하는 권력자나 유명인들의 사회적 평판을 보호해주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권의 입맛대로 수사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 정권에 불리한 유언비어나 권력자를 조롱하는 유언비어도 정치적 의견의 격렬한 표현으로 간주할 수 있어 보호되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에서 한국은 뉴스 신뢰도 조사 대상 37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체 응답자의 신뢰도 평균 44%에 크게 못미치는 25%로 3년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오죽하면,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을까! 특검까지 벌였지만 수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여당 소속 지사 관련 드루킹 수사! 이에 비해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야당 의원에 대한 청와대 기밀비 수사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러니 '유비통신'이 난무하지 않는가! 문재인정부는 "국민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국민과의 더 많은 소통으로 "짜가 뉴스가 더 재미있다!"는 비아냥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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