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로 벌써 오른 매매가, 사실상 다지기 들어간 상황/대장주 아파트는 상승 전망/그 외 큰 상승 어려워 보여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가파르게 올랐던 대전의 집값이 올해엔 큰 폭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잘 나가는 단지는 꾸준히 오르겠지만 앞서 갭투자로 오른 집값이 사실상 다지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4일 대전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능이 끝나고 대전의 집값은 서구를 중심으로 크게 올랐다. 대전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둔산동은 2016년 11월 ㎡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279만 원이었는데 12월 281만 원으로 오른 뒤 지난해 2월 286만 원까지 상승했다. 월평동 역시 같은 기간 256만 원에서 265만 원, 269만 원 순으로 올랐다. 이 같은 모습은 학군이 좋은 유성구 일부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좋은 학군을 찾는 새 학기 이사수요가 수능을 기점으로 급격히 몰려서다.

올해 역시 수능 직후 새 학기 이사수요가 몰려 서구와 유성구의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큰 폭 상승은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미 갭투자를 통해 대전의 집값이 천정부지 수준으로 올라서다. 앞서 정부가 9·13부동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비율 등을 옥죄자 갭투자 수요는 규제 시행 전 전세가율이 높은 대전으로 대거 유입됐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형태여서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적은 자본금이 든다. 대전의 전세가율은 80%에 육박하고 서구 둔산동의 일부 단지는 90%를 넘어 갭투자의 주 타깃이 됐다. 이처럼 수요가 몰리자 한정된 공급으로 대전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매수인은 섣불리 매매에 뛰어들지 않은 채 가격 오름세에서 관망에 들어갔다.

실제 대전 서구와 유성구는 지난달 다섯째 주 0.7% 0.54%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이달 첫째 주 들어 0.55%, 0.38%로 둔화됐다. 같은 기간 매수심리를 수치화한 매수우위지수도 55.9에서 51.7로 떨어졌다. 매수인이 관망세에 들어가자 매매가 뜸해지고 아파트 매매가가 유지되는 것이다. 사실상 다지기 현상이다.

다만 이른바 대장주라 할 수 있는 단지의 가격 상승은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아파트는 수요가 워낙 많고 일부 단지에선 이를 구매하기 위해 중개업소에 대기열까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갭투자로 매매된 아파트는 곧바로 전세로 나왔기 때문에 매매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수요는 전세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전세가 역시 약진할 여지는 충분하다.

대전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추격 매수가 있긴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이들은 관망세에 들어갔다. 이제 다지기 시점에 들어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장주 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세물량은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