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장 돌연 사임
박근혜정부 때 선임됐던 기관장 줄줄이 물러나
정부 코드 인사, 이제는 근절돼야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그리고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돌연 사임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장들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모습이다. 비록 물러난 모든 기관장이 정권 교체로 인한 사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이례없는 강력한 감사 등의 정부 압박이 있었다는 게 출연연 내 다수의 목소리다.

하재주 원자력연구원장은 지난 14일 임기 3년 중 약 절반 수준인 1년 4개월을 남겨둔 채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 원장은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생각하나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소회했다.

하 원장은 재임기간 전인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처분 등의 논란이 뒤늦게 일파만파 퍼지면서 올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에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방폐물 등으로 인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하 원장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원자력토크콘서트,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의식 간담회, 안전실천 결의대회 등을 수차례 개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끝내 버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탈원전을 기조로 삼은 문재인정부와 갈등을 빚어오면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사실상 하 원장의 역량 부족보단 재임 전 일부 연구원 내 직원의 일탈이 고스란히 기관장의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등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셈이다.

문제는 박근혜정부 당시 선임된 출연연 기관장의 연이은 사퇴 여파가 남겨진 기관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대덕특구 한 출연연 관계자는 “하 원장은 원자력에 능통한 내부 인사로 출연연 내에선 유능하다고 평했지만 결국 물러나게 돼 안타깝다. 이로써 지난 정부 때 임명됐던 남겨진 기관장의 업무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출연연은 온전히 연구에 집중해 연구 성과를 내야 하는 역할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가 선호하는 외부 인물이 오면서 기존 연구시스템이 망가진 게 부지기수다. 정권 교체와 함께 출연연 기관장도 중도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일상화됐다. 과학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지 못한 외부 인사가 아닌 출연연 연구 환경을 지켜주고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내부인사가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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