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총 회장, 한밭대 교수

과거 스승은 학교에서 학문을 가르치는 것 이외에 인간의 도리나 도(道)의 이치와 원리를 가르치고 몸소 모범을 보이는 도덕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스승은 그림자도 밟기 어려운 존중받는 사회적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면서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표준화된 대량 교육의 요구에 따라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을 하게 됐고, 인성과 도덕 교육이 소홀해졌다.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지식은 휴대폰을 통해 누구에게나 쉽게 취할 수 있은 여건이 조성되었고, 개인교습 위주의 선행 사교육이 성행하면서 학교 공교육에 대한 불만족이 크게 증가하였다.

또 개인주의적 사고가 커지면서 사회에서의 공동체적 선, 즉 인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감은 크게 낮아졌다. 또 최근 경제성장의 둔화와 맞물려 청년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청년 취업은 어려워지고 우울증이 증가하였으며, 정신적으로 나약해 지거나 묻지마 폭행 등 비상식적인 행동이 증가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스승 존경은 차치하고 초등학교에서의 교사에 대한 폭행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정도이며 학생 생활지도를 포기하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속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성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로서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 교육현장은 말이 아니다. 교권은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의 교권침해 건수는 1390건으로 지난해 1년 수치를 넘겼다.

지난 10년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초등학교 학생이 교사에게 수업중에 욕설을 하거나 선생님의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가 하면, 소리 지르는 학생, 친구와 말싸움하다가 화가 난다고 소화기, 책상, 의자 등을 뒤집어 엎거나 던지는 학생, 소소한 불만에도 친구들을 주먹으로 때려 이가 빠지게 하고 코피 흘리게 하는 학생 등 분노조절을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야말로 통제 불능 수준이다. 그러나 교사는 이런 학생들에게 아무런 제제도 할 수 없으며 오로지 친절하게 말로 타이르라고 한다. 학생인권 매뉴얼에 보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뒤에 5분이라도 서 있게 하는 것, 칠판에 이름 적는 것, 반성문 쓰게 하는 것, 수업 끝나고 교실에 남겨서 상담하는 것, 목소리를 크게 하며 혼 내는 것 등이 모두 인권침해, 아동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더욱 심각하다. 며칠전 제주의 모 초등학교에서 학사업무에 불만을 가진 학부모가 1년간 100여 건의 고소와 행정소송, 민원을 제기해 이에 대응하느라 학교가 마비상태에 이른 경우가 있었다. 교사의 무혐의로 판결이 났는데도 학부모의 민원은 계속되었고 교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수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되었다. 자살을 하거나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속출한다.

물론 나쁜 학생이나 학부모처럼 나쁜 교사도 많다. 하지만 나쁜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교총이나 교사노조연합은 교권3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한다.

더구나 최근의 학생인권조례에는 학부모의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을 학생이 거부할 권리, 수업중 휴식을 취할 권리, 학생들의 단체 행동을 통한 교섭권, 정치참여나 교외의 각종 단체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초·중·고등학교 구분 없이 권리로만 부여하고 있어 문제다.

학생인권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권한과 동시에 책임도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일방적 권리인 학생인권 조례보다는 학생, 교사, 학부모의 권한과 의무를 함께 다루는 학교공동체 조례나 단위학교 차원의 교칙에서 이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교권이 바로서지 않으면 인성교육이 불가능하며,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없다. 잘못된 교사의 퇴출방안도 마련돼야 하겠지만 선진국처럼 담임교사가 말로 타이른 뒤 행동이 개선되지 않으면 행동개선 교육담당자에게 보내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등교 중지, 퇴학 등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생지도에 관한 제도와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교사 역시 교권을 주장하기 이전에 참된 스승이 되어야 한다.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복지부동하면 안된다. 최근 숙명여고의 시험지 유출, 성추행 사건 등 교사가 불신을 자초한 사건을 상기하면서 우선 교사 스스로 자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공교육을 포기할 수 없으므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사를 믿고 존중해 교사가 자긍심을 갖고 다시 스승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권침해로 의기소침해진 교사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선생님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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