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산학협력단장)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산학협력단장)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를 적절한 인건비로 생산한다는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내달 2일이 데드라인이기 때문에 2주 정도의 여유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불협화음이라면 행여 협상이 된다고 해도 끊이지 않는 노사 갈등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협상안 결렬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한국자동차산업 위기와 맞물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희망적인 돌파구를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자동차산업은 피라미드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부품공급을 기본으로 하는 협력업체와의 협업관계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그 뒤편에는 메이커의 영업이익률이 8~9%일 때 1차협력업체는 3~4% 그리고 2·3차협력업체는 2% 미만의 초라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어둡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으나 이제는 소득균형 혹은 이익분배 등 고상한 단어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졌다. 자동차메이커 영업이익률이 3%대에서 하반기 1%대로 급락하면서 향후 안정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절한 R&D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는 전망에 한국자동차부품산업 전체가 폭풍전야의 고요함에 빠진 것이다. 이 와중에 광주형 일자리 협상안 결렬만 요란스럽고 불편한 꽹과리 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제품 가격의 15% 정도를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 도요타나 폭스바겐의 7~9% 수준과도 격차가 크다. 광주형 일자리가 새로운 생산성 향상의 모델로 제시될 만한 상황인 것이다. 1997년 설립돼 21년을 버티다 무너진 GM 군산공장이 대한민국에 마지막으로 세워진 공장이라는 부분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한국 노동계는 본인들의 민낯을 본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일부 해외 공장 가동률이 30%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현대자동차가 매년 임금협상을 벌여야 하고 노조가 경영에 참여해 납품단가에 대해서도 노조가 관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받아들이면서 광주형 공장을 설립해야 할 이유를 재벌이 아닌 필자 입장에서도 찾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노동계가 직진밖에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공장이 세워지고 정상화 될 때까지 양보하는 자세로 조금 비겁해 보이지만 수익이 나고 5년이 흐른 후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여론도 옹호하는 입장을 보일 것이고 막상 현대자동차도 요구 조건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에서다. 메이커 입장에서 보면 다행일 수도 있다. 한국 노동계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늘 이럴 것이라고 예상하는 대로 움직여주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현대자동차 노조의 입장표명이다. 향후 전체적인 임금의 하향평준화에 대한 빌미를 주기 싫다는 이유로 극력 저항하고 있다. 현재 소속된 귀족노조가 아닌 절반의 임금으로라도 일을 하고 싶다고 소리치는 광주지역 노동자들은 같은 처지의 동지가 아닌 것이다. 남남으로 취급하는 정도를 떠나 적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자식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간단한 이치를 모두 함께 깨달을 날이 언제가 될지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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