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작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김영훈

1960년 3월 8일 대전에서 일어난 첫 민주화운동인 3·8의거가 드디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지난달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이달 2일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식 국가기념일로 선포된 것이다. 참으로 경하할 일이다. 금강일보를 비롯한 대전지역 신문들은 이 사실을 1면 톱기사로 다루며 축하했고, TV·라디오 등 방송매체들도 앞다퉈 보도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3·8의거가 이번에 국가기념일로 선포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어려움과 함께 수고가 있었다. 3·8민주화의거기념사업회 김용재·김종인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충남 아산 출신 이명수 의원은 3·8의거를 국가기념일로 정하는 법안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바 있다. 이를 위해 박병석·이장우 의원을 비롯한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의 협조가 컸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주지하다시피 대전 3·8의거는 지금부터 1958년 전 3월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며 장기집권에 대항하면서 대전고와 대전상고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맨손으로 일으킨 민주화 투쟁으로, 대구 2·28의거와 함께 마산 3·15의거로 이어졌고, 마침내 4·19혁명을 촉발시켜 한국민주주의를 앞당기게 했다. 4·19혁명의 초석이 된 3·8의거가 58년 만에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국기기념일로 지정됐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3·8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역사적 평가를 재인식하며, 3·8정신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더욱 계승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3·15의거와 4·19혁명을 촉발시킨 3·8의거는 2·28의거와 함께 지금까지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대구 2·28의거가 먼저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이에 3·8민주화기념사업회와 대전시, 대전지방보훈청이 서둘러 앞장을 섰고, 많은 시민들이 노력해 마침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렇다고 그동안 3·8민주화의거기념사업회가 잠만 자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당시 3·8의거 주역으로 참여했었던 대전고와 대전상고는 물론 그때 함께 동조를 했던 대전공고, 대전여고, 보문고, 대전사범학교까지 연대를 결성해 3·8의거의 가치를 인정받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해마다 3·8의거 기념 문집을 발간함은 물론 3·8의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자들의 녹취록을 출간하기도 했다. 대전시, 대전지방보훈청과 해마다 3월 8일이 되면 시청 대강당에서 기념식을 거행해 왔음은 물론이고, 4·19&3·8 기념 시낭송회, 3·8의거 기념 백일장, 3·8 기념 푸른 음악회 등을 열어왔다. 또 대전시의회 의결로 3·8의거를 지방기념일로 정했고, 2006년에는 국비와 지방비 8억 원을 확보해 이마트 둔산점과 대전지방보훈청 사이 둔지미공원에 3·8민주화의거기념탑을 건립하는 등 꾸준히 3·8정신을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제는 ‘둔지미공원’의 명칭을 ‘3·8민주화기념공원’으로 바꾸는 행정 절차를 마치고, 중앙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그동안 정작 대전시민을 비롯한 충청도민들이 3·8의거를 잘 알지 못하고 있고, 이 의거의 역사적 의의나 값진 희생을 거의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도 3·8의거가 뒤이어 일어난 3·15의거나 4·19혁명의 초석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국가기념일 지정으로 3·8의거의 민주화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3·8의거 주역들은 어느덧 70대 후반이 됐고, 머지않아 이승의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나이에 장하게도 그들은 먼저 국가를 위해 산화한 영령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일을 해냈다. 그러나 남아있는 과제는 있다. 주동했던 그들의 사후에도 대전시민과 충청도민들이 3·8의거 당시의 거룩한 희생과 값진 민주화정신을 대전정신으로 이어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3·8의거의 국가기념일 지정을 축하하며, 당면과제인 3·8의거기념관도 서둘러 건립해 3·8정신을 우리의 대전정신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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