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부정하며 굳어버린 습관 … 대전 음주운전 단속건수 매년 증가

흔히 대전을 양반의 도시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전의 도로 위 일부 운전자들은 양반의 갓을 벗어던지고 과속, 난폭 운전을 하는 ‘헐크’나 ‘나만 괜찮은’ 음주운전자로 돌변하곤 한다. 보행자로서도 걱정을 사곤 한다. 무단횡단을 일삼는 시민들이 적잖은 탓이다. 이제는 변해야 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전의 교통안전 실태를 진단하고 ‘머리’가 아닌 습관처럼 ‘체화(體化)’하기 위한 교통안전 개선점과 방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상. ‘음주의 신’ 나는 안 걸려서 괜찮다고요?
중. “전좌석 안전띠 아직도 안 매세요?”
하. 줄지 않는 교통사고 사망…“인프라 확보 시급하다”

음주운전은 선량한 타인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범죄이자 살인행위다. 그럼에도 음주운전이 끊이지 않는 데는 머리로는 부정하면서도 굳어버린 습관을 고치기 힘든 탓이 크다. 최근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는 사회적인 공분이 치솟고 있음에도 대전지역에선 음주운전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대전의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지난 2015년 5692건, 2016년 5981건, 2017년 6244건으로 매해 증가세다. 워라밸 문화 확산과 기업 음주문화의 변화에도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3305건에 이르는 등 좀처럼 근절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운전자’ 비율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취운전자 적발 비율은 지난 2016년 51.0%(3044건), 지난해 52.5%(3293건), 올해 1월부터 10월달까지 61.4%(2031건)로 되레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관대한 인식으로 최근 5년간 음주운전 2회 이상을 한 대전지역 재범자는 44.8%(전국 44.1%)를 차지하고 있어 재범률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는 음주운전에 대한 운전자들의 낮은 경각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하면 될 음주운전’을 ‘안 걸리면 된다’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운전자들은 최근까지 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주단속현장, 교통정보, CCTV 현황 등의 정보를 공유해 왔는가 하면 현재까지도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음주운전 단속지역을 공유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결국 ‘서로를 위한 미덕이란 이름’으로 음주운전을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재 음주운전에 대한 민낯인 셈이다.

이에 최근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엔 카투사로 복무하던 윤창호(22) 씨가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경찰도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현행 혈중 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처벌은 강화되고 있지만 망각의 늪에 빠져 음주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누군가의 버릇은 계속되고 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